[사설] 거부와 위법 시비로 국난 책임 회피하는 윤 대통령
진술거부권 행사 후 공수처 조사 불응
사법 신뢰 무너뜨리고 사회 분열 조장
윤석열 대통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조사를 사실상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공수처는 16일 윤 대통령에게 2차 피의자 조사를 위해 출석할 것을 요구했지만 불응했다고 밝혔다. 전날 체포와 함께 공수처로 이송된 후 1차 조사에서 진술거부권을 행사하고 조사 과정에 대한 영상 녹화도 거부한 연장선이다. 윤 대통령 측은 첫 조사에서 개괄적으로 비상계엄의 정당성과 내란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견해를 밝혔고 더 이상 조사받을 게 없다는 입장이다. 피의자 방어권 차원에서 진술과 조사를 거부할 권리가 있다 하더라도 현직 대통령 신분으로 책임 있는 태도와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다.
윤 대통령은 공수처 수사에 응하는 대신 서울중앙지법에 체포적부심사를 청구했다. 대통령 측은 내란죄에 대한 수사 권한이 없는 공수처의 수사 자체가 위법하고 관할권이 없는 서울서부지법에서 발부받은 체포영장도 불법·무효라는 입장을 굽히지 않는다. 이에 따라 서울중앙지법 형사32단독 소준섭 판사가 16일 오후 5시 윤 대통령의 체포적부심사 청구 사건을 심문했다. 하지만 대통령 측의 위법 주장에도 불구하고 받아들여지지 않을 공산이 크다. 대법원도 윤 대통령에 대한 사법 절차가 적법하다고 밝혔던 마당이다. 오히려 대통령 측이 사법 책임을 회피하려 꼼수를 부린다고 보는 게 대체적 시각이다. 서울중앙지법이 청구를 기각하면 공수처 조사에 순순히 응할지도 미지수다.
윤 대통령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과 공수처 수사 과정에서 말 바꾸기와 버티기로 일관하며 신뢰를 잃었다. 공수처의 소환에 불응함으로써 헌정사상 첫 현직 대통령 체포라는 불명예도 자초했다. 헌재의 탄핵 심판에도 성실하게 임하지 않는 모습이다. 본인 주장대로 정당한 비상계엄이고 수사나 탄핵 심판 과정에 위법이 있으면 법정에서 다투면 될 일이다. 법 절차에 당당하게 대응하는 대신 지지자들에게 정치적 메시지나 날리는 행위는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으로서 부끄러운 모습이다. 윤 대통령은 체포 직전 영상에서 “법이 모두 무너졌다”라고 했지만 “법 밖에서 폭주하던 권력자를 법치 안으로 강제로 끌고 온 것”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
윤 대통령에 대한 수사는 비상계엄 사태의 진실을 규명하고 다시는 국가적 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반드시 진행돼야 할 절차다. 국민의힘도 더 이상 법 절차를 문제 삼을 게 아니라 수사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도록 협조해야 한다. 여야가 서로 국격 실추를 주장하고 있지만 외신도 윤 대통령 스스로 동맹국들의 우려를 불러일으켜 놓고 수사에 불응하며 한국 사회 분열을 부추긴다고 비판하는 게 현실이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에 대해 원칙대로 수사를 진행한 후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으로 보인다. 내란죄 우두머리 피의자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 여부는 법원의 판단에 맡겨야 할 일이다. 지금은 제대로 진실을 규명해야 할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