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현직 대통령 첫 구속, 여권 반발·지지자 폭력 명분 없다
시위대 법원 난입 '폭동' 법치주의 도전
사법 절차 믿고 '법정의 시간' 기다려야
서울서부지법이 19일 새벽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 내란 우두머리와 직권남용 혐의로 청구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초유의 현직 대통령 체포에 이은 인신 구속이다. 대통령 본인뿐만 아니라 국가와 국민 모두에 불행한 일이지만 이 사태의 탈출구는 합당한 사법 절차를 통해 찾을 수밖에 없다. 이미 내란 모의에 가담하거나 중요 임무에 종사한 혐의로 군·경 책임자 10명이 구속돼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윤 대통령까지 기소되면 법정에서 유무죄를 다투면 된다. 하지만 윤 대통령 측의 사법부 불신 조장과 여권 일각의 동조에 호응해 지지자들이 심야에 법원 청사에 난입해 폭동을 일으켰다. 용서받지 못할 법치주의 파괴다.
19일 새벽 서울서부지법에서 발생한 폭력 사태는 2021년 미국 국회 의사당 폭동을 연상케 하는 헌법 기관에 대한 테러다. 지지자들은 구속영장이 발부되자 폭도로 돌변했다. 판사를 잡겠다며 담을 넘고, 건물 외벽과 유리창을 마구 깨며 청사에 난입했다. 또 경찰을 폭행하고 방패를 빼앗는가 하면 판사 사무실까지 부수며 난동을 부렸다. 이들 앞에는 조회수와 수익에 급급한 유튜버들이 있었다. 유튜버들은 ‘국민 저항권’이라며 폭력을 정당화했고, 난동 장면을 실시간으로 송출했다. 86명이 무더기로 체포된 이날 사건은 일개 법원에 대한 공격에 그치지 않는다. 법치주의에 대한 정면 도전이다. 일벌백계가 불가피하다.
윤 대통령 측과 여권도 폭력 사태의 책임을 벗기 어렵다. 윤 대통령은 체포 때 “법이 무너졌다”면서 공수처 수사와 법원 영장을 ‘불법’과 ‘무효’라고 주장하며 지지자들을 자극했다. “엉터리 구속영장이 발부됐다”는 변호인단의 불복도 같은 맥락이다. 윤 대통령은 뒤늦게 평화 시위를 당부하는 옥중 메시지를 내놨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국민의힘 지도부도 폭력 반대를 내세우지만 ‘경찰의 과잉 대응 탓’을 제기해 물타기하는 모습이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은 월담했다가 붙잡힌 시위대를 두고 “(경찰과) 얘기했고, 곧 훈방될 것”이라고 언급해 논란을 자초했고, 다른 의원들은 ‘중국인 개입설’을 제기해 빈축을 사고 있다.
헌정 사상 첫 현직 대통령 구속과 미증유의 법원 내 폭동을 지켜보는 국민들은 참담하다. 작금의 사태를 극복하는 방법은 법치주의 실현에서 찾아야 한다. 사법부에 불만을 품고 난동을 부린 불법 시위대에 대해서는 단호한 법 집행이 불가피하다. 조직적인 모의나 정치적인 이득을 노려 사주한 세력이 있는지 수사로 밝혀야 한다. 윤 대통령에 대한 사법 판단은 법원에 맡겨 두자. 사법부에 대한 신뢰 훼손은 국정 혼란을 부추길 뿐이다. 12·3 계엄 이후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한다’는 입장문이 드물게 된 것은 우려스럽다. 정치의 실패가 초래한 가치의 혼란 탓이다. 폭력으로 안정을 얻을 수 없는 것은 명약관화하다. 법치주의로 돌아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