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우리나라 보배로운 섬들의 가치와 의미 널리 알릴 것” 이상호 한국건설안전기술 대표

김상훈 기자 neato@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사진 에세이 ‘천혜의 멋진 섬 이야기’ 출간
지난 4년간 남해·서해 섬 200여 개 답사
31개 섬의 사진과 특징·내력·역사 담아
2년 전 섬 주제 전시 열고 수익금 기부도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 기형적인 삶을 살아 내는 동안 위로가 되어 준 건 바다와 섬이었습니다. 나를 돌아보고 또 다른 내 안의 존재를 찾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이상호 한국건설안전기술(주) 대표는 2020년부터 2024년초까지 거제도에서 남해의 다도해를 거쳐 서해 최북단 백령도까지 200여 개의 섬을 카메라를 메고 탐미했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31개 섬 풍경을 사진으로 이미지화하고 에세이로 서정화했다. 그 결실이 최근 펴낸 사진 에세이집 〈천혜의 멋진 섬 이야기〉이다.

이 대표는 남해와 서해에 산재한 숱한 섬 풍경을 스토리텔링 했다. 해금강과 더불어 거제도에서 손꼽히는 해상경승지인 ‘대병대도’,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촬영지로 명성을 얻었던 통영의 ‘장사도’, 한려수도 통영에서 가장 큰 섬인 ‘욕지도’, 전남 여수의 꽃섬 ‘하화도’, 고흥군의 ‘거금도’, 신안군의 ‘할미도’ 등 31개 섬을 봄, 여름, 가을, 겨울로 나눠 실었다. 한 개의 섬마다 평균 4~7개의 다채로운 풍경을 포착한 사진을 실었다. 인문학적 향기가 짙은 에세이는 섬 사진과 멋진 조화를 이룬다.

“우리나라 보배로운 섬들의 가치를 스토리텔링을 통해 알릴 수 있게 돼 무엇보다 기쁘고 감사합니다. 섬을 탐미하면서 접한 감동을 비롯해 섬의 특징, 내력, 역사 등을 같이 버무렸습니다.”

이 대표는 사진 한 컷을 찍기 위해 모든 열정을 바쳤다고 한다. 컴컴한 밤에 일어나 서너 시간을 운전하고, 배를 타고 파도 치는 바다를 달렸고, 거친 섬 둘레 길을 헤맸다. 때로는 길을 잃고, 끼니를 거르고, 눈보라에 온몸이 얼기도 했다. 섬 풍경을 촬영하기 위해 바위를 건너뛰어 카메라를 설치한 후 몇 시간이고 기다렸다. 그리고 출발할 때 마음속으로 그렸던 장면이 나타나면 미친 듯이 셔터를 눌렀다. 이 모든 과정은 그에게는 고된 여정이 아니라 예술적 환희를 위한 행복한 준비였다.

“경계가 구분되지 않는 파란 하늘과 짙푸른 바다, 기암절벽에 위태롭게 뿌리 내린 해송, 해수면에 반사된 은빛 물결, 하얀 미소처럼 밀려오는 파도, 몽환적으로 피어오른 해무, 해초를 보듬은 갯바위 등 섬에서 많은 아름다운 광경을 접했죠. 이러한 자연의 숨결은 내면에 깊은 울림을 줬고, 심신이 수백 미터의 해저에 가라앉는 듯 차분해지며 감동의 도가니로 빠져들곤 했습니다.”

그는 “바다 위에 무심한 바위섬이라 할지라도 인고의 세월 동안 고난을 극복하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변모하고 탄생했다. 이러한 자연의 순리를 자세히 보면서 깨우침을 얻었다”고 했다.

그는 10여 년 전 한려수도 섬들을 보고 너무 감동하여서 언젠가 수필집을 쓰겠다는 결심을 했다. 섬을 다니면서 사진 작업을 먼저 하게 됐다. 그 과정에서 2023년 7월 부산시청 제2전시관에서 ‘팬데믹에서 섬의 탄생’을 주제로 첫 사진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당시 남해안 섬을 위주로 촬영한 60점의 사진을 선보였다. 전시 수익금 전액을 어려운 이웃 돕기와 장학회에 기부했다.

이 대표는 20년 전 한국건설안전기술(주)을 부산 남구 대연동에 설립했다. 교량, 터널, 건축, 수리 등 시설물 안전을 진단하고 안전기술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주 사업 영역이다. 그는 “구조물 안전진단 업종에서 일하면서 남다른 관찰력, 공간지각력이 생겼는데 사진 촬영 작업을 할 때 큰 도움이 된다”고 했다.

그는 이번 책을 쓰기 위해 다녀온 섬들에 대한 소회를 메모해 두었고, 부경대 평생교육원에서 박양근 문학평론가로부터 수필 창작과정을 배웠다고 한다. 그는 “이번 에세이집에 답사했던 섬의 이야기를 일부만 담아서 아쉬움이 남는다. 후속 출간을 통해 국내 섬의 가치와 의미를 대중에게 더욱 널리 알리는 작업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neato@busan.com

사진=정대현 기자 jhyun@


김상훈 기자 neato@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