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읽기]멧돼지 사살 작전이 지속 가능한 해결책일까
<야생의 철학자들>. 추수밭 제공
■야생의 철학자들/신동만
최근 부산 시민들에게 가장 위협적인 동물은 바로 멧돼지다. 지난 12일 밤, 부산도시철도 선로에 멧돼지가 출몰했다가 3시간 만에 사라졌다. 지난해 10월에는 경남 양산시 호포역에서 100kg에 달하는 멧돼지가 등장해 소동을 벌이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30대 남성이 오른팔을 물려 병원으로 옮겨졌고, 건물 내 유리문이 파손됐다. 멧돼지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인간의 손에 사살됐다.
과거 깊은 산 속에서만 마주할 수 있던 멧돼지가 언제부터 인간에게 위협적인 존재가 됐을까. <야생의 철학자들>은 그 원인을 ‘호랑이 사냥’에서 찾는다. 조선시대, 농지 개간이 본격화되면서 터줏대감이었던 호랑이들은 터전을 잃고 깊은 산속으로 밀려났다. 결국 호랑이는 자신들을 때려잡는 ‘착호군’의 추격을 피해 압록강을 넘어 연해주로 이동했다.
포식자인 호랑이가 사라지고 만세를 부른 건 멧돼지, 고라니 같은 초식·잡식 동물이다. 하지만 오늘날 숲이 줄어들자 그들마저도 인간의 영역으로 점점 넘어온다. 인간은 멧돼지와 고라니를 유해조수로 지정하고 호랑이에게 겨누던 총구를 그들에게 돌렸다.
<야생의 철학자들>은 지난 28년간 다큐멘터리 PD로 활동하며 자연을 관찰한 저자가 자연에서 깨달은 바를 쓴 책이다. 그는 준비, 적응, 기다림, 신뢰 등 인간에게 꼭 필요한 가치에 대한 답을 자연에서 찾았다. 저자는 책 속에서 “모든 생물의 몸짓에는 하나하나 의미가 깃들어 있다. 의미 없는 행동은 없다”고 강조한다.
그런 의미에서 멧돼지 사살 작전은 지속 가능한 해결책이 아니다. 설사 멧돼지와 고라니를 모두 없애버리더라도, 인간은 또 다른 문제와 마주칠 것이기 때문이다. 문제해결의 관점을 생태계 자체에 두어야 해법을 찾을 수 있다. 신동만 지음/추수밭/304쪽/1만 8000원.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