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팽팽한 지지율 여야, 설 민심 제대로 읽고 제 역할을
극단 지지층 의존, 국민 공감 못 얻어
통합·포용으로 정치 불확실성 해소를
지난 25일부터 최장 9일의 설 연휴가 시작되면서 귀성 행렬이 본격화됐다. 한데, 고향으로 가는 발걸음이 무겁다고 호소하는 이들이 많다. 우선 가족·친지와의 대화 주제가 고민이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과 체포를 둘러싸고 세대와 지역별 간극이 큰 게 현실이다. ‘심리적 내전’이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이니 오랜만에 만나 자칫 언쟁이 생길까 걱정한다. 내수 부진에 고환율·고물가가 겹치면서 가벼워진 주머니 사정도 즐거워야 할 가족 상봉에 부담을 준다. 12·3 계엄 사태로 촉발된 정치 불확실성이 경제와 민생의 발목을 잡고 있다. 결국 밥상머리 민심은 무능한 정치에 회초리를 들 수밖에 없다. 정치권의 성찰이 필요한 대목이다.
최근 실시된 여론 조사에서 여야의 지지율은 3주째 오차 범위 내에서 엎치락뒤치락 반전을 거듭하면서 혼조세를 보이고 있다. 윤 대통령 탄핵심판이 조기 대선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높게 보고 양당 지지층이 결집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25일 설 명절 인사에서 “국민의힘이 바뀌겠다. 국민 여러분의 평온한 일상을 돌려드리겠다”고 밝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대통령 관저 앞 체포 촉구 집회 영상과 함께 “국민 여러분, 대한민국을 지켜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페이스북에 올렸다. 지지율이 요동치는 상황에서 설 명절 민심이 향후 정국의 향배를 가르는 중대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인식이 읽힌다.
국민의힘은 지지율 상승세에 고무된 듯 하다. 하지만 당 일각에서 부정선거 주창자나 극단적 유튜버와 절연하지 않고 되레 기대려는 모습은 실망스럽다. 여론 조사를 봐도 국민의힘 지지율은 회복됐지만 탄핵 찬성은 여전히 압도적이다. 국민의힘의 양다리 걸치기식 태도는 중도 세력 확장에 결코 도움 되지 못한다. 민주당 이 대표는 최근 기자회견에서 ‘성장 우선, 기본 소득 재검토’를 제시했다. 강성 지지층에 ‘우클릭’으로 비치는 걸 무릅쓴 외연 확장 전략이다. 민주당이 ‘먹사니즘’(먹고사는 문제)에 진심이라면 민생법안 통과로 보여 줘야 할 것이다. 또 ‘이재명 일극 체제’라는 부정적 인식을 벗을 당내 다양성 확보도 과제다.
한국은행이 21일 발표한 국내총생산(GDP) 분석에 따르면 계엄 사태로 인한 GDP 손실이 6조 3000억 원 규모였다. 정치 불확실성으로 인한 성장 손실분이 온 국민에 청구서가 되어 날아온 셈이다. 정치 불확실성의 초래는 1차적으로 윤 대통령의 책임이지만 정치권도 면책될 수는 없다. 여야 모두 조기 대선 국면에 들떠 지지율에 일희일비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정치권은 국민을 통합하는 본연의 역할을 다하는 것이 우선이다. 극단 지지층하고만 소통하는 정치 문법으로는 국민적 공감대를 얻을 수 없다. 명절의 민심은 정치 불확실성 극복에 있다. 정치권이 극단에 치우치지 않고 포용할 때 이룰 수 있다는 점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