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기 트럼프 시대’ 한반도 안보 지형 대격변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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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스 부통령 “귀중한 미군” 언급
해외 파병 축소 가능성 시사 발언
2만 8500명 주한미군 변화 주목
측근 인사는 한미 훈련 중단 주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일(현지 시간) 워싱턴DC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취임식에 참석하며 의장대 사이를 지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일(현지 시간) 워싱턴DC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취임식에 참석하며 의장대 사이를 지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이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았지만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지형은 요동치고 있다. 부통령이 해외에 배치하는 미군 병력 규모 축소 입장을 피력하거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 인사가 언론 인터뷰에서 북한과 협상 재개를 위해 한미 연합훈련의 일시 중단을 고려해볼 만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내놓으면서다.

J.D. 밴스 미국 부통령은 25일(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 취임식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그전에 왔던 많은 사람(전직 대통령)과 다른 점은 첫 번째, 우리의 가장 귀중한 자원을 배치하는 방식에 있어서 아끼면서 해야 한다는 견해를 갖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 자원은 “이 나라를 위해 군복을 입고 자신의 목숨을 내걸 의지가 있는 남녀”라고 설명하며 “우리는 그들을 모든 곳에 보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그들을 어딘가 보낸다면 싸워서 신속하게 이기고 집으로 돌아오는 데 필요한 도구를 줘 힘을 실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게 이 행정부가 다른 점이다”이라고 강조했다.

밴스 부통령의 이런 발언은 동맹이나 다른 나라의 안보를 위해 미국의 자원을 쓰는 데 소극적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철학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향후 미 국방부는 헤그세스 장관이 인사청문회에서 밝힌 대로 전 세계에 배치된 미군의 전력과 임무가 적절한지 검토하는 ‘글로벌 전력 태세 평가’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현재 2만 8500명 수준이 주둔하고 있는 주한미군의 규모에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 인상 필요성과 함께 주한미군 축소 가능성을 제기해왔다. ‘한국 같은 부자 나라를 지키는 데 미국이 많은 돈을 쓰고 있다’며 보호의 대가를 제대로 지불하지 않으면 주한미군 철수를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른 인사는 한미 연합훈련 중단 가능성을 거론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프레드 플라이츠 미국우선주의정책연구소(AFPI) 부소장은 전날(24일)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 인터뷰에서 사견을 전제로 “이러한 (한미연합)훈련이 여전히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북한과 선의의 협상을 할 가능성이 있다면, 협상 과정에서 훈련을 일시적으로 중단하는 것도 해롭지 않다고 본다”고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을 계기로 북한이 극렬히 반발하는 한미연합훈련 축소·취소를 결정했는데, 이러한 화해의 제스처가 2기 북미 대화 과정에서도 재현될 수 있다는 것이다.

플라이츠 발언은 트럼프 대통령이 23일 방영된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김정은과 다시 연락을 취해보겠느냐’는 질문에 “그렇게 할 것”이라고 답해 북미 정상외교가 예상보다 서둘러 추진될 수 있다는 관측 속에서 나왔다.

플라이츠 부소장은 북미 대화에서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문제도 주요 협상 쟁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과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 후보자가 북한을 핵보유국(Nuclear Power)으로 언급한 것을 두고 비핵화 포기와 핵군축 협상으로 전환이 아니냐는 일각의 전망을 두고는 선을 그었다. 플라이츠 부소장은 “미국은 여전히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비가역적인 비핵화) 정책을 고수할 것”이라며 “북한은 핵확산금지조약(NPT)에서 정의된 핵보유국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핵보유국 용어는 NPT 체제를 벗어나 핵 보유를 인정받은 이스라엘, 인도, 파키스탄 등을 가리키는 용어로 주로 쓰인다. 미국우선주의정책연구소는 친트럼프 성향 싱크탱크로, 플라이츠 부소장은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비서실장을 지냈고 최근까지 트럼프 2기 정권인수위원회에서 활동했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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