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몽령’·‘의원 아닌 요원’ 방어한 윤 대통령 이번 주 최대 고비
이진우 곽종근 홍장원 김현태 등 4일부터 집중 증언
‘의원 끌어내라’’, ‘정치인 체포하라’ 윤 직접 지시했다 밝혀
윤 대통령·김용현 증언과 정면 배치, 탄핵 관련 여론 파장에 주목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심리가 이번 주 중대 분수령을 맞는다. ‘12·3 비상계엄’ 당시 주요 정치인 체포 지시도, 국회의 계엄 해제 방해 의도도 없었던 속칭 ‘계몽령’이었다는 윤 대통령 측의 주장과는 정반대 진술을 하고 있는 계엄 관련자들이 대거 증인으로 출석하기 때문이다.
2일 헌재에 따르면 오는 4일 열리는 윤 대통령 탄핵 사건 5차 변론기일에는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 등 3명이 증인대에 선다. 또 6일 6차 변론기일에는 김현태 707특수임무단장, 곽종근 전 육군특수전사령관, 박춘섭 대통령실 경제수석비서관에 대한 증인신문이 예정돼 있다. 박 수석을 제외하면 모두 계엄 당시 윤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지시를 직접 받거나, 군 병력을 투입하는 작전을 실행에 옮겼던 인물들인데, 이들 모두 윤 대통령의 헌재에서 발언과 배치되는 증언을 일관되게 해왔다.
이 전 사령관은 검찰 조사에서 비상계엄 선포 이후 윤 대통령이 전화를 걸어 “총을 쏴서라도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끌어내”, “해제됐다 하더라도 내가 2번, 3번 계엄령 선포하면 되는 거니까 계속 진행해”라고 지시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나타났다. 윤 대통령의 충암고 후배인 여 전 사령관 역시 검찰 조사에서 김 전 장관으로부터 주요 인사 10여 명에 대한 체포·구금을 지시받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홍 전 1차장은 국회에서 비상계엄 당일 윤 대통령이 자신에게 직접 전화해 “이번 기회에 싹 다 잡아들여, 싹 다 정리해”라고 말했다며, 이어 여 전 사령관에서 들은 이재명, 한동훈 등 주요 정치인 체포 명단을 공개했다. 김 단장은 지난해 말 기자회견을 열어 계엄 당시 곽종근 사령관으로부터 “국회의원이 150명이 모이면 안 된다는 지시를 받았다”고 밝혔고, 곽 전 사령관은 검찰 조사와 국회 증언을 통해 윤 대통령으로부터 “의결정족수가 안 채워진 것 같으니 빨리 국회 안으로 들어가서 의사당 안에 있는 사람들을 데리고 나와라, 문짝을 부수고서라도 안으로 들어가서 다 끄집어내”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진술했다. 이는 국회의원을 끌어내라고 지시한 바 없으며, “의원이 아닌 요원을 빼내려고 했던 것”이라는 윤 대통령과 김 전 장관의 헌재 진술을 반박하는 내용들이다.
윤 대통령이 이번 변론기일에도 출석할 경우, 양측의 엇갈린 진술이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탄핵심판에 대한 여론 기류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정치권 관계자는 “윤 대통령과 김 전 장관 측이 주도해던 이전 변론기일과는 달리 이제부터는 본격적인 공방이 벌어지게 됐다”며 “지시를 한 사람과 받은 사람 간 증언이 충돌할 때 어느 쪽을 더 신뢰할 수 있을지는 비교적 분명하게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헌재는 오는 6일부터 윤 대통령의 탄핵심판 심리를 오전 10시부터 종일 진행한다. 기존 오후 2시에 시작해 3~4시간 열렸던 재판 시간을 대폭 늘려 ‘집중 심리’를 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이르면 2월 말, 늦어도 3월에는 심리가 끝날 것 같다는 관측이 나온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