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토끼’ 밀착한 국힘 민생·정책 행보 강화…중도층 잡기는 ‘글쎄요’
전 부처와 민생 당정협의…‘AI 시대’ 간담회, 항공기 안전 점검
당 개혁 관련 릴레이 세미나도 시작…사실상 ‘조기 대선’ 염두
보수층 거부감 피하면서 정책 민감성 높은 중도층 공략 의도
그러나 전반적인 우경화에 중도층 냉담…내부 우려는 커져
국민의힘이 2월부터 민생·정책 행보를 강화한다. 집권 여당으로서 국정 공백 장기화를 방치할 수 없다는 취지이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심리가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둔 중도층 공략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오는 4일 경제 부처, 7일 비경제 부처와 민생대책을 점검하는 당정협의회를 연다. 각 부처 차관과 기획조정실장이 참석한다. 국민의힘은 이들 행사에 대해 일종의 부처 업무보고 성격으로,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도 여당으로서 민생을 챙기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당 지도부는 또 인공지능(AI)특위·경제활력민생특위와 함께 오는 5일 경기 평택고덕변전소를 방문, AI 시대에 필수적인 전력망 확충을 위한 간담회를 연다. 최근 잇따른 항공기 사고와 관련해 안전 점검에 나서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당 개혁 방향, 나아가 정권 재창출 방안도 본격적으로 모색한다. 당 전략기획특위는 이달 중순 당 개혁을 주제로 릴레이 세미나를 시작한다. ‘보수 재건’부터 2030 세대 지지 확보 방안, 중도층 공략법 등 조기 대선과 관련한 주제들이 다수 포함됐다고 한다. 특위는 최근 차기 대권주자 선호도까지 포함된 현안 관련 여론조사 분석 보고서도 지도부에 전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면서도 당은 공식석상에서 조기 대선 얘기는 하지 않는 모습이다. 윤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강성 보수층의 반발 등 여권 내부 분열을 우려한 행보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최근 윤 대통령 탄핵 반대 여론이 크게 증가하면서 이전까지 다소 거리를 둬왔던 강성 지지층과 적극적으로 결합하는 모습이다. 최근에는 헌법재판소의 ‘좌편향’ 문제를 집중적으로 거론하면서 지지층의 불복 심리를 부추기는 양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내부에서는 조기 대선이 현실화될 경우, 지나친 우경화로 인한 중도층 이탈로 승리 가능성을 오히려 잠식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번 민생·정책 행보는 전통적 지지층과 선을 긋기 어려운 상황에서 중도층의 정책 감수성에 호소하려는 일종의 ‘줄타기’ 전략인 셈이다.
그러나 만약 헌재가 윤 대통령 탄핵안을 인용할 경우, 불과 두 달 만에 차기 대선이 열리는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중도층 표심 공략이 가능하겠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관련, 설 명절을 앞두고 진행된 각 언론사 여론조사에서 중도층의 경우, 정권 재창출보다 정권 교체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오차 범위 밖으로 우세한 결과가 공통적으로 나왔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