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또다시 팬데믹?

임광명 논설위원 kmy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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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공할 그 이름, 코로나19. 2019년 12월 시작해 2023년 5월 비상사태 종식까지 3년 5개월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팬데믹(pandemic, 감염병의 세계적 유행) 선포 이후 코로나19로 숨진 사람이 공식 집계로만 700만 명이 넘는다. 코로나19의 무서움은 단순히 인명 피해에 그치지 않았다. 전례 없는 경제·문화·사회적 충격을 야기하며 인류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악몽이 슬금슬금 되살아나려 한다. 원흉은 조류독감이다. 지난달 초 미국에서 처음으로 조류독감 환자가 사망했다. 미국 보건당국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사망자 발생도 그렇지만, 그보다 조류독감 확산세가 심상치 않아서다. 미국 전역에서 야생 고양이들이 폐사하고 사육 젖소와 돼지들이 급속도로 감염되고 있다. 사람의 감염 가능성도 그만큼 높아졌는데, 감염환자가 지난해 4월 처음 발생한 뒤 16개 주에서 70명 가까이 발생했다. 캘리포니아주는 최근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우리나라에서도 해마다 겨울이면 조류독감이 발생한다. 우리 보건당국은 이미 지난해 10월부터 조류독감 위기경보를 ‘심각’ 수준으로 올려놓았다. 당장 감염환자가 나온다 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다. 질병관리청은 최근 “미국 등 일부 국가의 인체 감염 사례를 주목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진짜 심각한 건 사람끼리의 전파 가능성이 점점 짙어진다는 사실이다. 아직 보고된 바는 없지만, 의과학계에선 현재 조류독감 바이러스 변이 단계가 ‘사람 간 전염’ 능력을 얻기 직전이라고 본다. 조류독감 팬데믹이 사실상 초 읽기에 들어간 것이다. 실제로 WHO의 감염병 전문가 대상 조사에서 다음 팬데믹 감염원으로 조류독감 바이러스를 지목한 응답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뉴질랜드 출신 바이러스 학자 로버트 웹스터는 저서 〈조류독감이 온다〉를 통해 “조류독감 팬데믹은 시점이 문제일 뿐 반드시 온다”고 예고했다.

피할 수 없는 형편이라면 대비라도 철저히 해야 할 텐데, 지금 우리 정부의 역량과 의지가 충분한지 의문이다. 지영미 질병관리청장은 최근 “백신 7만 5000명 분량의 예산을 신청했으나 삭감된 상황”이라며 “올해는 백신 확보를 위해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책이 미비함을 실토한 셈이다. 상상하기 싫지만, 조류독감은 코로나19보다 무섭다. 사망률이 50%를 넘는다. 한가하게 계란값 따위를 걱정할 때가 아니라는 말이다. 임광명 논설위원 kmyim@


임광명 논설위원 kmy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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