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온에 데인 어류양식 어민들, 뒤늦은 저수온에 냉가슴
작년 여름 고수온에 역대 최악 피해
올겨울 뒤늦은 한파 어민 ‘노심초사’
전체 입식량 27% 저수온 취약 어종
양식수산물재해보험 가입 단 2.1%
이상 고온에 최근 저수온 피해 없어
영세 어민 보험료 부담 탓 가입 꺼려
“끝물까지 잘 버텨줘야 할 텐데….” 아침 기온이 영하권으로 떨어진 3일 오전 통영시 산양읍 풍화리 앞바다. 이날은 절기상 봄이 시작되는 ‘입춘’인 데도, 살을 에는 칼바람이 두터운 외투 속을 파고든다. 육지에서 맞는 찬바람과는 결이 다른 한기다. 양식장 한 쪽에 걸린 전자 수온계를 응시하던 어장주 표정이 일그러진다. 그는 “지금 (수온이) 9.1도다. 어제보다 1도 이상 떨어졌다. 조금만 더 내려가면 (폐사) 한계”라며 “예전엔 태풍하고 적조만 잘 피하면 됐는데, 지금은 일 년 내내 숨 돌릴 틈이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작년 여름 남해안을 덮친 고수온에 된서리를 맞았던 경남 지역 어류양식업계가 이번엔 저수온 확산 조짐에 노심초사다. 불과 넉달 전 발생한 최악의 양식어류 떼죽음 피해 후유증이 가시지 않은 상황에, 올겨울 ‘최강 한파’가 예보되면서 어민들은 다시 밤잠을 설치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 남동수산연구소에 따르며 1월 마지막 주 관측 자료를 기준으로 해상가두리 양식장이 밀집한 경남 통영~남해 해역 평균 표면수온은 8.7도다. 이는 작년 이맘때에 비해 1.6, 평년(2018~2024년) 비교해 1.7도나 낮은 수치다. 아직은 버틸 만하지만 문제는 지금부터다. 기상청 예보를 보면 앞으로 일주일 넘게 수은주가 영하권을 밑돌 전망이다. 2018년 이후 가장 추운 입춘으로 바다도 덩달아 얼어붙을 공산이 크다. 이번주가 올해 저수온 피해 최대 고비인 셈이다.
경남 연안에 사육 중인 어류는 총 2억 1000여만 마리로 이 중 27%인 5570만여 마리가 저수온에 취약한 돔과 쥐치류다. 이들은 온수성 어종인 탓에 영상 20~28도가 적정 수온이다. 고수온은 잘 버티지만 수온이 영상 10도 이하로 떨어지면 생리 기능이 저하되고, 생존 한계인 7도 내외 환경에 장시간 노출되면 폐사해 버린다.
설상가상 올겨울에는 간헐적 한파가 반복돼 수심이 얕은 연안과 내만을 중심으로 일시적인 수온 급강하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일교차가 큰 육지와 달리 바다는 변동폭이 크진 않지만 바다 생물에게 수온 1도가 육상 기온 5도와 맞먹는다. 들쭉날쭉한 수온에 피로가 누적되면 면역력이 떨어져 각종 어병에도 쉽게 노출될 수 밖에 없다. 여름 내 고수온에 홍역을 치렀던 어민들은 전전긍긍이다. 당시 30도를 넘나드는 이상 고온 현상이 한달 넘게 이어지면서 경남 앞바다에서만 2600만 마리가 넘는 양식어류가 떼죽음했다. 피해액은 450억 원을 넘겼다. 폐사량과 피해액 모두 역대 최악이다.
저수온 피해 예방을 위한 최선의 선택지는 수온이 10도 이상으로 유지되는 해역으로 양식장을 통째로 옮기는 거다. 그러나 이미 각종 양식 시설로 포화상태라 적정 장소를 찾기가 쉽지 않다. 설령 이설할 곳을 찾아도 이동 과정에서 더 큰 스트레스를 줄 수 있어 엄두를 내지 못한다.
양식수산물재해보험 역시 영세 어민에겐 그림의 떡이다. 저수온이나 고수온 같은 이상 수온 피해에 대해 보상받으려면 주계약 외 특약에도 가입해야 하는데, 비용이 만만찮다. 어장 규모나 해역에 따라 일부 편차가 있지만 특약을 포함해 보상 한도를 10억 원으로 설정하면 총보험료는 대량 1억 5000만 원 정도가 된다. 정부(50%)와 지자체(20~30%) 지원금을 보태도 어민 자부담이 평균 2000만~3000만 원 안팎이다. 1년 뒤 사라지는 소멸성 보험료치곤 부담이 상당하다. 이 때문에 1월말 기준, 경남 지역 어류양식장 779곳 중 저수온 특약에 가입한 어장은 단 17곳, 2% 남짓에 그치고 있다.
경남도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수온이 높은 데다, 최근들어 저수온 피해가 크지 않아 가입을 미루는 경향이 있다”면서 “무보험 상태로 폐사가 발생하면 회복이 어려울 수도 있는 만큼 특보 상황에 맞춰 면역증강제 공급, 사료 공급 중단, 그물 깊이 조절 등 양식장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경남도는 최근 5년간 저수온 피해가 발생했거나 우려가 있는 중점관리해역 13곳을 선정해 집중 관리에 돌입했다. 어민과 시군 공무원 등 800여 명에게 중점관리해역의 수온 정보를 알리고 해역별 책임공무원을 운영하고 있다. 또 월동 가능 해역 어장 이동, 조기 출하 유도 등 양식어장별 현장 밀착 지도를 확대하고 있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