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력직만 뽑는다”… 사회초년생 평생소득 13% 감소

이정훈 기자 leejnghu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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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 채용보다 수시 채용 우세
20·30대 상용직 고용 떨어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10%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열린 '2025 공공기관 채용정보박람회'를 찾은 취업 준비생들이 채용정보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열린 '2025 공공기관 채용정보박람회'를 찾은 취업 준비생들이 채용정보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기업의 경력직 채용 확대 때문에 사회초년생의 취업 기회가 제한되고 있다. 일자리를 찾기 어려운 청년층의 첫 취업이 늦어지자 취업 기간은 평균 2년 줄고, 생애 총소득은 5000만 원가량 줄었다.

4일 한국은행 조사국 고용분석팀 이수민 과장·장수정 조사역이 발간한 ‘경력직 채용 증가와 청년 고용’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의 수시 채용 비중이 지난 2023년 기준 48.3%를 차지했다. 수시 채용은 신입보다 업무 경험을 갖춘 경력직 채용에 활용되는 방식이다.

보고서는 “기업들의 신규 채용 계획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경력직의 비중은 2009년 17.3%에서 2017년 30.9%까지 상승세를 보였다”며 “2021년에는 37.6%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진단했다. 이어 “채용 시 직무 관련 업무 경험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업의 비중도 2023년 58.4%에서 2024년 74.6%로 증가했다”고 강조했다.

경력직 채용이 늘면서 비경력자들의 상용직 취업 확률(1.4%/월)은 경력자(2.7%/월)의 절반 수준이다. 특히 경력이 짧은 20대 상용직 고용률은 30대와 비교하면 17%포인트(P) 낮았다. 이 중 7%P는 경력직 채용 확대에 기인한 결과로 풀이됐다.

세부적으로 경력직 채용 확대로 비경력자의 취업 확률이 낮아진다면 20대와 30대 모두 상용직 고용률이 하락했다. 다만 비경력자 비중이 높은 20대 하락 폭은 44%에서 34%로 10%P 떨어진 데 견줘 30대는 54%에서 51%로 3%P 낮아져 20대 청년층 타격이 컸다.

첫 취업이 늦어지면서 생애 총취업 기간이 평균적으로 2년 줄어들고, 그로 인해 생애 총소득도 13% 하락한다는 결과도 나왔다. 사회초년생이 30년간 경제활동에 참여한다고 가정할 경우, 생애 총취업 기간은 평균 21.7년에서 19.7년으로 2년 줄었다.

노동시장 진입 시점에서 기대되는 평생 소득을 연 5%의 금리로 할인한 현재가치는 3억 9000만 원에서 3억 4000만 원으로 13.4% 하락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청년 취업 제한으로 구직을 포기하는 청년이 늘면서 고용률이 더욱 낮아지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봤다.

경력직 위주 채용 확대는 근로자의 평생직장 개념이 약화되고, 기업이 피고용자에게 고도화된 능력을 요구함에 따라 생긴 사회 현상이란 게 한은의 진단이다. 다수의 청년층 직장인이 평생직장을 추구하지 않고 이직이 늘면서 기업은 교육과 훈련에 쓰이는 비용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이에 기업은 신입 채용보다 경력직 채용을 선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 과장은 “경력직 채용이 늘어나면 취업 경험이 없는 비경력자들의 상용직 취업 확률은 경력자의 절반 수준으로 낮아진다”며 “이는 20대 청년층 고용률의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특히 국내에서 비정규직 근로자의 1년 후 정규직 전환 비중은 10.1%에 불과했다. 채 과장은 “청년들에게 직무 지식을 쌓을 기회를 제공하고, 비정규직도 경력 개발로 좋은 일자리로 가는 여건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정훈 기자 leejnghu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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