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취해 고속도로 횡단하다 차에 치여 숨진 여성, 막지 못한 연인에 죄 있을까

김주희 부산닷컴 기자 zoohih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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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연합뉴스 자료사진 법원. 연합뉴스 자료사진

술에 취한 여성이 고속도로를 걸어 횡단하다 차량에 치여 숨진 사고와 관련, 이를 막지 못한 남자친구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5일 광주지법 형사2부는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A(31) 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검사의 항소를 기각하고 무죄를 선고한 1심을 유지했다.

A 씨는 2022년 11월 광주 광산구 호남고속도로상 비아버스정류장 부근에서 함께 있던 여자친구 B 씨가 고속도로를 횡단하는 것을 막지 않아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사고 직전 함께 승용차를 타고 가던 A 씨는 B 씨와 다퉜고, 버스정류장이 있는 고속도로 갓길에 차를 세우고 내려 B 씨와 서로의 뺨을 때리는 등 몸싸움을 벌였다.

만취 상태였던 B 씨는 "납치당하고 있다"며 경찰에 신고하고, 고속도로를 지나는 택시를 세우는 등 위험한 행동을 했다.

이에 A 씨는 B 씨의 행동을 말리거나 제지했으나, B 씨는 A 씨를 따돌리고 고속도로를 횡단하다 지나던 차량에 부딪혀 숨졌다.

검찰은 택시를 타고 가도록 두지 않는 등 A 씨가 B 씨를 자신의 지배하에 두려고 계속 붙잡아 둬 사고를 야기했다고 보고 재판에 넘겼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A 씨의 행위에 대해 "사고의 위험성을 예측해 B 씨의 위험 행동을 막아서거나 제지한 것이었다"며 과실이 없다고 판단했다.

또 "B 씨의 충동적이고 위험한 행동을 적극적으로 제지한 것을 넘어 B 씨를 안전한 장소로 옮겨야 하는 주의의무까지 A 씨에게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 역시 "피고인이 112 신고 등 조치를 하지 않으면 피해자가 사망에 이를 것까지 예상하기는 어려웠다고 보인다"고 판단했다.

이어 "특히 당시 택시 기사가 112 신고 전화를 한 뒤 5분 뒤에 사고가 난 점으로 미뤄 112 신고했더라도 사고를 막을 수 있었는지에 대해 의문이 든다"고 밝혔다.

한편 B 씨의 유족은 '납치 신고를 받고도 경찰이 출동하지 않았다'며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김주희 부산닷컴 기자 zoohih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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