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거꾸로 간다] 동네 돌봄 역량 국가
초의수 신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작년 12월로 노인 인구 1000만 명, 고령화율이 20%를 넘어 드디어 초고령사회에 접어들었다. 우리나라 노인의 18.6%는 일상생활 수행 능력에 기능적 제한이 있고, 평균 2.2개의 만성질환이 있으며, 10.9%는 장기요양 상태에 있고, 11%는 장기요양 정도는 아니라도 지역 내 돌봄이 필요하다. 고령화로 인구의 허약 정도가 높아지고, 돌봄 수요도 급증해 이에 대한 현명하고 좋은 관리가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한 실정이다.
이러한 배경에 따라 작년 3월 ‘의료, 요양 등 지역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일명 지역돌봄 통합지원법)’이 제정되었고, 올해 준비를 거쳐 내년 3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아직 시행령이나 기본계획은 발표되지 않고 있어 전국 각 지역이 준비에 혼란을 겪고 있다. 이 법은 노쇠, 장애, 질병, 사고 등으로 일상생활 수행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살던 곳에서 계속 건강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의료·요양 등 돌봄 지원을 통합·연계해 제공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관련 정책은 동네 생활공동체를 중심으로 돌봄 역량을 키우는 복지국가 사업이다. 미국의 경우 장애인과 노인이 동네 공동체 내에서 독립적이며 좋은 삶의 질을 보장받도록 해야 한다는 취지로 법이 제정되었고 ‘살고 있는 정든 곳에서 나이 들기’의 비전에 따라 2012년 연방 보건복지부 내 각각 독립적이던 노인국과 장애인국이 동네생활실로 통합되었다. 삶의 질을 지원하기 위해 노인·장애인자원센터가 운영되고 있고, 지역사회 내 웰빙을 장려하며, 다양한 프로그램이 통합적으로 수행되고 있다. 노인 통합 포용 돌봄 프로그램(PACE)은 의사, 간호사, 영양사, 물리치료사, 사회복지사가 함께 동네 내 허약 노인 돌봄을 위한 적극적 개입을 하고 있다.
일본도 2000년 노인장기요양제의 도입 이후 2011년 지역포괄케어시스템을 도입했는데 중학교구 단위(인구 1만~2만, 도보 30분)의 일상권역 내 지역밀착형 주거, 생활지원, 돌봄, 의료, 예방의 5대 서비스를 지원하는 제도이다. 이 제도의 핵심 인프라는 지역포괄지원센터로 간호사, 요양보호사, 사회복지사 등의 협력적 활동을 통해 지역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생활지원 활동을 하고 있다.
법 시행을 앞둔 정부는 관련 예산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고, 시군구 내 관련 전담 조직의 사무 및 인력 운영, 전문기관의 사무, 통합지원협의체 특성에 대해 아직 세부 청사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지역 특성에 맞는 제도 운영과 지역 간 격차 해소 정책도 매우 중요한 과제이다. 어쨌든 방향은 분명하다. 노인과 장애인의 웰빙이 거주하는 동네 내에서 보장되고, 이를 위해 돌봄 역량이 발휘되도록 하는 것이야말로 초고령사회 위기 해소와 진정한 의미의 복지국가 실현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