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경찰 퇴직 후 역술학자로 인생 2막 엽니다” 부산서부경찰서 설진관 경감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동료들 사이에서 ‘도사’로 통해
이달 말 33년 경찰 생활 마무리
사주 보고 정년 3년 전 퇴직 결정
운명 개척하는 게 역술학의 매력

설진관 경감은 “인생에서 나아갈 때와 물러설 때를 알 수 있다는 점이 역술학의 매력이다”고 말했다. 설진관 경감은 “인생에서 나아갈 때와 물러설 때를 알 수 있다는 점이 역술학의 매력이다”고 말했다.

“제 스스로 사주를 봐서 올해 퇴직 시기를 결정했습니다.”

부산 서부경찰서에서 근무하는 설진관 경감은 이번 달을 끝으로 경찰 인생을 정리하기로 했다. 후배들을 위해 2000쪽짜리 수사 실무 서적을 저술하는 등 왕성한 경찰 생활을 해 온 그는 앞으로 역술학자로 인생 2막을 열어갈 계획을 세웠다.

1992년 6월 임관하고서 33년 동안 몸을 담은 정든 직장을 떠나는 이유는 그의 사주 때문이다. 그는 정년까지 3년 더 남았으나, 경찰 일을 더 하면 몸이 아프거나 사고가 날 수 있기에 미리 직장을 그만둔다고 했다.

“고등학생 시절 탁발하는 스님, 길거리 할아버지 등이 운명을 풀이하는 모습이 매우 특이하고 멋있게 보였습니다. 그 무렵부터 저도 역술학 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했습니다.”

흔히 사주라 부르는 역술학에 대해 그는 ‘인간의 운명을 추리하는 학문’이라고 정의했다. 사람이 태어난 월일시를 토대로 인생의 길흉을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역술학 책을 여러 권 집필하기도 한 설 경감은 동료들 사이에서도 역술학자로 통했다. 승진이나 부서이동 등 인사 때가 되면 그를 찾는 상사, 동료가 줄을 이었다고 했다. “저를 설 도사, 설 박사라 부르는 사람들도 더러 있다”는 설 경감은 “자녀 진학 상담을 해 온 동료가 있었는데 그 아이 사주에 의술과 2~3년 내 시험 합격 운이 있어 의대 시험을 권유했는데, 의대에 합격하기도 했다”고 소개했다.

설 경감은 인생에서 나아갈 때와 물러설 때를 알 수 있다는 점이 역술학의 매력이라고 했다. 그는 이를 운명을 개척한다는 뜻에서 ‘개운’이란 표현을 사용했다.

“세상이 어지럽고 어려울수록 자신의 앞날을 궁금해 하고, 무엇을 어떻게 언제 할지를 알고 싶어하는 갈망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젊은이들이 사주를 많이 찾는 것도 불투명한 인생에 대한 명확한 답을 찾기 위함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역술학을 미신이나 주술로 치부하는 등 오해가 퍼지는 점에 대해서는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조선시대 때 과거 시험으로 역술학자를 뽑았을 만큼 역술학은 유래 깊은 학문이라는 게 설 경감의 소신이다.

“주술과 명리학은 다릅니다. 무당 등 무속인이 내리는 것이 주술이고 명리학은 그 사람이 태어난 당시의 별자리를 갖고 운명을 추리하는 논리와 논증의 개념에 가깝습니다.”

그는 현재 천안 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 동양학과에서 외래교수로 주역과 명리학을 가르치는 중이다. 또한 20년 동안 전국에 있는 역술인 대상으로 명리학 무료 강의를 하는 등 역술학자로 활동 폭을 넓히고 있다.

그는 조만간 경찰 생활을 마무리하면 서면 일대에 사주를 보는 가게를 열 계획이다. “운명은 주어진 환경일 뿐 의지에 따라서 얼마든지 개척할 수 있습니다. 다만 그 운명이 무엇인지 알 수 없기에 개척할 수 없을 뿐입니다.”

글·사진=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