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추격하는 중국, R&D 투자액 10년 새 11배 증가
2013~2023년 10년간 집중 투자
‘딥시크’도 국가적 지원의 결실
미·중 투자 쏠림에 대비책 필요
중국 기업의 연구개발(R&D) 투자가 지난 10년간 압도적인 성장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중국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가 ‘R1’을 공개하면서 글로벌 AI(인공지능) 시장 판을 흔들었는데, R&D 집중 투자의 결실이 나온 것으로 볼 수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등장으로 미국 보호주의가 세지는 가운데 세계 R&D 투자의 축이 미국과 중국으로 쏠릴 것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유럽연합(EU) 공동연구센터 ‘2024년 R&D 투자 스코어보드’ 2000대 기업 명단을 분석한 결과, 2023년 기준 중국의 R&D 투자액은 2158억 유로(324조 원)으로 2013년 188억 유로(28조 원)에서 11.5배 이상 증가했다. 2000대 기업에 포함된 중국 기업 수도 이 기간 119곳에서 524곳으로 크게 늘었다.
미국의 경우 668개에서 681개로 10년 간 기업 숫자는 13개 늘었고, 투자액은 2013년 1910억 유로(287조 원)에서 2023년 5319억 유로(800조 원)으로 2.8배 증가하며 부동의 1위를 기록했다. 이로써 2023년 기준 상위 2000대 기업에 포함된 미국과 중국의 기업 수는 전체의 60.3%를 차지했고, R&D 투자액 비중은 전체의 59.5%에 달했다.
2013년 중국에 앞섰던 일본, 독일 등은 중국의 급성장에 따라 순위가 밀렸다. 한국은 기업은 54개에서 40개로 줄었고, 그나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덕분에 투자액은 2.2배 증가했지만 미국·중국과의 격차는 커졌다.
우리 경제 핵심인 반도체 산업에서도 미국의 엔비디아가 2013년 9억 6000만 유로(1조 4000억 원)에서 2023년 79억 유로(11조 87000억 원)로 8.2배 늘어 가장 빠르게 증가했다.
이어 한국의 SK하이닉스가 6.7배, 미국 AMD 6.1배, 대만 미디어텍이 5.1배 늘어나며 뒤를 이었다. 삼성전자의 R&D 투자액은 199억 유로(29조 9000억 원)로 반도체 기업 중 1위를 기록하며 체면을 지켰다.
자동차 산업에서는 전기차 선두 주자인 미국 테슬라 R&D 투자가 10년 전에 비해 21.5배 증가했고, 이어 중국 비야디(BYD)가 15.8배 증가하며 뒤를 이었다. 현대차는 10년 간 2.7배 늘어났다.
성균관대 박기순 중국대학원 교수는 “중국은 미·중간 기술패권 경쟁에서 이기려고 기초기술 R&D 강화, 반도체 대기금, 배터리 보조금 등 대규모 투자금과 R&D 지원, 각종 세금감면 등 세제혜택, AI 육성 위한 규제완화 등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기업들을 지원하고 있다”며 “우리도 반도체 지원법 등과 같은 입법 지원을 신속하게 진행해 규제를 완화하고, 미래 기술경쟁에서 살아남도록 적극적인 산업 정책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민지형 기자 oasis@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