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열에 아홉 “진보-보수 갈등이 가장 큰 사회갈등”
한국보건사회연구원 2023년 조사
92.3%가 가장 심각한 갈등 인식
87%가 응답한 2018년보다 악화
지역 갈등도 5년 새 10.1%P 늘어
남녀 갈등은 5년 전보다 덜 심각
우리 국민은 한국 사회갈등 중 진보와 보수 사이 갈등을 가장 심각하다고 본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2018년만 해도 10명 중 8명이 진보와 보수 갈등이 문제라고 봤는데, 2023년 조사에서는 10명 중 9명이 우리 사회의 가장 큰 사회갈등으로 꼽았다.
5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의 보건복지 이슈&포커스 ‘사회갈등에 대한 한국인의 인식 변화와 시사점’ 연구에 따르면 최근 5년 중 2023년 조사에서 한국인의 사회갈등 인식 수준인 사회갈등도가 가장 높았다. 2018년 사회갈등도는 2.88점이었는데, 2022년 2.85점으로 줄어들었다가 2023년 2.93점으로 최근 5년 사이 가장 높다는 결과다.
이 연구는 보사연의 ‘2023년 사회통합 실태조사’ 자료를 바탕으로 시사점을 분석했다. 보사연은 2014년부터 매년 전국 17개 시도 만 19세 이상~만 75세 이하 성인 남녀 4000명을 대상으로 사회통합 실태조사를 하고 있다. 2023년은 3950명을 대상으로 면접 조사했다.
2023년의 사회갈등 인식 결과를 분석해 보면, 예전 조사에 비해 한국인이 사회갈등이 심각하다고 느끼고 있었다. 특히, 한국인은 진보와 보수 갈등을 가장 심각한 사회갈등 요소로 봤다.
2018년에도 진보와 보수 갈등은 가장 큰 갈등 요소였지만, 당시 국민의 87.0%가 갈등이라고 생각한 반면 2023년에는 국민의 92.3%가 이 문제를 가장 심각하게 본다고 답했다. 노사갈등을 제외하고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빈부갈등, 대기업과 중소기업, 주택 소유자와 비소유자의 갈등, 세대 갈등, 다문화 갈등이 있다고 답한 사람의 비율은 2023년이 더 높았다.
진보와 보수 갈등을 가장 심각하게 봤지만, 2018년과 비교했을 때 가장 큰 폭으로 갈등 인식도가 변한 부분은 주택 소유자와 비소유자의 갈등과 지역 갈등이다. 주택 소유자와 비소유자의 갈등은 49.6%에서 60.9%로 11.3%포인트(P)나 늘어났다. 지역 갈등의 경우 61.4%에서 71.5%로 10.1%P 차이가 발생했다.
반면 여성과 남성 간 갈등은 상대적으로 덜 심각하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은 ‘미투 운동’의 세계적 확산에 따라 여성 인권과 젠더 이슈가 부각된 해로 젠더 갈등이 있다고 답한 사람이 52.3%였는데, 2023년에는 46.6%로 줄어들었다.
10년 뒤에도 한국인은 사회갈등이 더 심해질 것이라고 봤다. 2023년 조사에서 향후 한국사회 갈등 전망에 대한 질문에 절반 이상인 65.09%가 지금과 비슷한 수준일 것이라고 답했다. 더 심각해질 것이라고 본 사람도 28.25%로 10명 중 3명에 가까웠다. 특히, 10년 후 진보와 보수 갈등이 심해질 것이라고 본 국민이 전체의 87.66%로 1위를 차지했다. 이어 빈부 갈등(79.95%), 노사 갈등(75.84%),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갈등(73.43%) 순이었다.
진보와 보수 갈등은 현재진행형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과 내란 혐의 재판을 두고도 진보와 보수로 나뉘어 매일 집회가 열리고 물리적 충돌도 발생한다.
정치 영역의 갈등은 정치 성향에 따라 다른 사람과의 교제에도 영향을 미쳤다. 2023년 조사에서 자신의 정치 성향과 다른 사람과 시민·사회단체 활동을 할 의향이 없다고 답한 사람은 71.41%로 높았다. 정치 성향이 다른 이와 연애나 결혼을 할 의향이 없다고 답한 사람도 58.20%나 됐다.
보사연 연구진은 “우리나라 국민은 사회갈등이 심각하다고 인식하고 있고, 사회갈등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조사 참여자들의 응답 결과처럼 국회와 정당, 국민 개개인, 언론계 등 다양한 행위자가 사회갈등 완화를 위해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