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재파의 생각+] ‘딥시크 쇼크’와 AI 인재 육성
동아대 기초교양대학 교수·공모 칼럼니스트
‘파란 고래’가 일으킨 파도에 전 세계가 출렁이고 있다. 이 파란 고래는 중국에서 왔고 나이는 두 살, 이름은 ‘딥시크(DeepSeek)’다.
창립 2년이 채 안 된 중국의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는 저사양의 값싼 그래픽처리장치(GPU)와 반도체를 사용하여 ‘챗 GPT o1’과 비슷한 수준의 성능을 가진 생성형 인공지능을 개발해 선보였다. 딥시크가 밝힌 개발 비용은 오픈AI GPT 개발 비용의 5%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굳이 고사양의 비싼 GPU와 반도체를 쓰지 않고도 성능 좋은 인공지능을 개발할 수 있다는 결과가 나타나자 시장은 곧바로 반응했다. GPU 생산 업체인 엔비디아의 주가 시가총액이 하루 만에 6000억 달러, 한화로 약 840조 원이 증발했다. 이뿐 아니라 전 세계 인공지능, 반도체 관련 주가가 요동쳤다.
전 세계 충격 준 중국 인공지능 모델
개발자, 자체 육성한 국내파 청년들
핵심 인재 떠나는 우리 현실과 대비
관심이 집중되면서 딥시크를 둘러싼 각종 의혹과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가령 딥시크 개발에 고성능 AI 반도체를 사용했을 것이며, 따라서 발표보다 훨씬 더 많은 개발 비용이 들었을 것이라는 의혹, 또 개발 과정에서 오픈AI의 기술을 훔쳤다는 의혹, 딥시크는 중국 정부의 검열을 받기 때문에 특정 문제에 대한 답이 제한적이라는 지적, 딥시크 사용 시 개인정보를 비롯한 민감한 데이터가 중국으로 유출될 수 있다는 비판 등이 바로 그것이다.
이런 지적과 비판을 일부 수용하고, 딥시크의 발표가 어느 정도 과장되었다고 하더라도 딥시크의 등장은 여전히 시사하는 바가 크다. 먼저 오픈AI의 챗 GPT가 비공개 폐쇄형 모델인 반면 딥시크는 오픈소스로 개방되었다. 소스가 모두에게 개방됨으로써 누구나 손쉽게 인공지능 모델을 개발하고, 경쟁을 통해 더욱 혁신적인 발전을 이룰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딥시크는 고성능 GPU와 반도체를 더 많이 투입할수록 인공지능 성능이 더 좋아진다는 기존의 성공 방정식마저 깨트렸다.
살펴본 바와 같이 딥시크는 폐쇄에서 개방, 고비용에서 저비용으로 인공지능 모델 개발 방향의 패러다임을 바꿨다. 막대한 자본을 가진 몇몇 소수 기업이 독점하다시피 한 인공지능 기술과 시장이 누구나 접근할 수 있도록 개방됐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건전한 경쟁과 혁신이 이뤄지고 그 결과 인류 모두가 낮은 비용으로 고성능 인공지능 기술의 혜택을 볼 수 있게 됐다. 이러한 맥락에서 딥시크의 등장은 실리콘밸리의 유명 투자자인 마크 앤드리슨의 말처럼 ‘스푸트니크 모멘트(Sputnik Moment)’에 비견되는 사건이라 할 수 있다.
딥시크 쇼크에서 무엇보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딥시크가 중국 토종 국내파 청년들을 중심으로 개발됐다는 점이다. 창업자 량원펑(40)은 중국 저장대에서 컴퓨터공학을 공부하였고, 딥시크 핵심 개발자로 알려진 뤄푸리(30) 역시 베이징대에서 컴퓨터언어학을 공부한 순수 국내파다. 이외 대부분의 딥시크 개발자 역시 국내파로 중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젊은 청년들이라고 소개됐다. 중국 정부는 2017년 ‘차세대 AI 발전 계획’을 세우고 국내 AI 인재 육성에 힘을 써 왔는데, 이게 딥시크라는 결실로 나타난 것이다.
이에 반해 인공지능 3대 강국을 목표로 하는 우리나라의 현실은 참담하다. 시카고대 폴슨연구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한국에서 대학원을 마친 AI 인재의 40%가 해외로 떠나고 있으며, 미국 스탠퍼드대 인간중심 AI 연구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한국은 AI 인재 순유출 국가로 분류된다. 해외 인재가 우리나라를 찾기는커녕 국내에서 어렵게 육성한 인재가 되레 해외로 떠나는 실정인 것이다.
지금은 AI가 경제뿐만 아니라 국가 안보와 나라 경쟁력까지 좌우하는 시대다. AI 시대에 대한민국이 생존하기 위해 우수한 AI 인재를 육성하는 것은 충분조건이 아닌 필요조건이다. 따라서 정부는 각 부처의 인재 정책을 통합해 장기적 관점에서 생애 주기별 AI 인재 육성 정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AI 인재 육성 정책은 학부와 대학원 과정 지원에 집중되어 있는데, 초중고 AI 인재 발굴과 육성, AI 석학 연구자 및 교수들의 정년 연장 등으로 지원 대상을 넓힐 필요가 있다. 또한 뛰어난 신진 연구자에게는 병역 대체나 면제, 출산 및 육아기 자율 근무와 같은 혜택을 주는 방안도 고려돼야 한다. 생애주기에 따라 국내에서 안정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을 우선 마련하고 성과에 따른 획기적 보상 체계를 구축해야 비로소 우리나라에도 자생적 AI 연구 생태계가 구축될 수 있을 것이다.
딥시크 쇼크는 위기이자 기회다. 지금이 바로 파격적인 AI 인재 육성 대책을 마련하여 인공지능 3대 강국으로 도약할 골든 타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