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영의 문화시선] 젊어지는 국내 오케스트라

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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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부 선임기자

흔히 지휘자는 오케스트라의 얼굴이라고 한다. 가장 중요한 레퍼토리와 협연자 선정, 즉 프로그래밍이 지휘자의 손에 달려 있다. 좋은 지휘자를 갖추면 혁신적인 프로그래밍이 따라올 뿐 아니라 오케스트라도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된다. 협찬과 매표 수입 증가로 직결되는 기폭제가 되기도 한다. 연초부터 속속 전해지는 국내 오케스트라 새 지휘자 선임 소식에 부산의 클래식 음악 팬까지도 들썩한다.

부산서 그리 멀지 않은 울산시향은 직접 가 봐도 좋겠다. 울산시는 러시아 출신의 니콜라이 알렉세예프 지휘자가 떠난 후 1여 년간 공석이던 울산시향에 오스트리아 출신의 마에스트로 사샤 괴첼(55)을 지난달 선임했다. 괴첼은 튀르키예 보루산 이스탄불 필하모닉에서 12년간 예술감독으로 활동했고, 현재는 프랑스 루아르 국립오케스트라 음악감독을 맡고 있다. 다음 달 14일 울산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리는 취임 연주회에서 괴첼은 하이든 교향곡 39번,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제23번(김규연 협연), 베를리오즈 ‘환상교향곡’을 들려줄 예정이다.

홍석원 지휘자가 부산시향으로 옮겨오면서 지난해 7월부터 공석이 된 광주시향 지휘자엔 지난 연말 인천시향 음악감독 겸 상임지휘자를 내려놓은 이병욱(50)이 설날 직전 위촉됐다. 광주시향은 한때 부산시향 예술감독을 역임한 뒤 지난해 9월 학기부터 연세대 음대 관현악과 조교수로 임용된 최수열(46) 지휘자에도 관심을 보였지만, 최종적으로는 이병욱 지휘자와 인연이 닿았다. 오는 14일 취임 연주회를 개최한다.

문화재단1963과 세아이운형문화재단이 공동 주최하는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음악회’ 야외 오페라 무대 지휘를 위해 두 해 연거푸 부산을 찾은 서울시향 부지휘자 데이비드 이(37)는 이번에 강남심포니 예술감독으로 자리를 옮겼다. 취임 연주회는 오는 18일 열린다.

부임 7개월째를 맞은 부산시향 예술감독 홍석원(42)을 비롯해, 내달 취임 1주년을 앞둔 포항시향 예술감독 차웅(40), 이제 1년을 넘긴 경기필 예술감독 김선욱(37) 외에도 지휘자 정명훈의 셋째 아들인 정민(41·강릉시향), 안두현(43·과천시향), 김건(44·창원시향), 정나라(45·공주시충남교향악단) 등 국공립 오케스트라 절반 이상이 3040 지휘자로 채워지고 있다. 또 한국인 최초 카라얀 콩쿠르 우승자 윤한결(31), 한국 최초 브장송 콩쿠르 수상자 이든(37), 말코 국제 콩쿠르 한국인 최초로 우승한 이승원(35), 클래식과 영화·게임음악 경계를 무너뜨리고 있는 진솔(38)의 객원 지휘도 기대된다. ‘백발의 노장 지휘자’는 이제 점점 옛말이 되고 있다. 청중 소통과 과감한 프로그래밍으로 주목받는 이들 젊은 지휘자들이 클래식 음악 지형을 어떻게 바꿔 나갈지 궁금하다.


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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