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MI "해양수산과 AI 결합, 초기지만 빠르게 성장 중"
AI분석지원실, 분석보고서 내놔
분야별 다양한 적용 사례 제시
타산업보다 뒤처진다는 진단도
"접근성 좋은 컴퓨팅 파워 필요"
우리나라 해양수산 분야에서도 AI를 활용한 경쟁력 강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해양수산 분야는 아직 AI 도입 단계이지만, 타 분야와의 격차를 좁히기 위해 오히려 더 빠른 속도로 기술 확산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제시됐다. 다만 데이터 수집과 처리 등을 위한 인프라 구축, 관련 법과 제도 정비 등이 선결 과제로 꼽힌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은 최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해양수산 분야 AI 이슈와 과제’라는 분석 자료를 내놓았다. 자료 작성은 KMI 내 AI분석지원실이 맡았으며, 해당 보고서는 ‘2025 해양수산 전략리포트’에 실렸다.
보고서에 따르면, 분야별로 AI 도입을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고 일부 성과도 나오고 있다. 해양 분야에선 2022년 AI 기반 하천 부유 쓰레기 통합 수거 관리 시스템, 2023년 해양쓰레기 자동 탐지 시스템 등이 개발됐다. 국립해양조사원은 AI를 활용해 각종 해양환경정보를 시공간 단절 없이 제공하는 플랫폼을 만들었다.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은 해상 교통량과 사고 위험도를 추정하는 데 AI를 쓰고 있다.
수산 분야에서도 스마트 양식, 스마트 어업 관리, 원산지 판별 등 광범위하게 AI 기술이 활용된다. 해운 분야에선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이 자율운항 선박과 스마트 선박 플랫폼을 개발 중이다. 물류 관리 시스템의 경우 AI 기술 덕에 실시간 물동량 분석과 화물 추적이 가능해져, 시간과 비용을 절감하고 있다.
그럼에도 해양수산 분야의 AI 활용은 의료, 금융, 유통, 제조 등 다른 산업 분야보다 뒤처져 있다는 게 AI분석지원실의 진단이다. 다만 “지금의 차이는 넓게 보면 사실 미미한 수준”이라며 “발전 기반이 적절하게 마련된다면 (AI는) 타 분야보다 오히려 빠르게 확산되어 나갈 것이다”고 덧붙였다.
보고서는 AI가 해양환경 변화와 재난에 대한 대응 능력을 대폭 향상 시킬 것이라고 보았다. 위성과 드론 등 센서 네트워크로 수집된 데이터를 분석해 수온, 염분, 해류, 파랑 등을 예측하는 단계로 나아간다는 것이다. 태풍, 쓰나미, 해양오염 등의 상황을 시뮬레이션하고 대응전략을 제시할 수도 있다. 기후변화 예측 모델을 통해 탄소중립 정책 수립에도 기여가 가능하다.
해양바이오 분야에서도 AI에 거는 기대가 크다. 방대한 해양 생물 데이터를 분석해 신약 개발, 해양바이오 소재 개발 등에 활용할 수 있다. 지속가능한 수산 자원 확보를 위한 ‘세포 배양 수산물’ 기술의 상용화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2024년 노벨 화학상을 받은 ‘AI를 활용한 단백질 3차원 구조 분석과 예측 기술’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부산항 내 국내 최초 완전자동화 컨테이너 터미널에 대해서는 결국 미래엔 AI 기반의 지능형 컨테이너 터미널로 진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보고서는 “AI를 통한 산업적, 정책적 발전을 이루기 위해선 공공 클라우드 GPU(그래픽 연산장치)와 컴퓨터 자원 확보가 절실하다”며 “저렴하고 접근이 쉬운 컴퓨팅 파워를 보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자율운항 선박과 스마트 항만 시스템 등을 예로 들며 “AI가 잘못된 예측을 했을 경우 책임소재를 명확히 하는 법적 체제를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백상 기자 k103@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