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없으면 나 혼자 어떻게 살아…” [서경호 침몰]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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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몰한 서경호 실종자 가족 절규
부산 서구 충무동 본사 눈물바다
‘혹시나’하며 구조 소식만 기다려
근해트롤協 “현장서 수색 작업 중”

9일 오전 전남 여수의 한 장례식장에서 사고 희생자 유가족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9일 오전 전남 여수의 한 장례식장에서 사고 희생자 유가족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당신 없으면 나 혼자 어떻게 살라고….” 9일 오전 10시 30분께 부산 서구 충무동 근해트롤어업협회 사고대책본부에서는 갑자기 절규가 터져나왔다. 당시 사고대책본부에는 전남 여수 앞바다에서 침몰한 부산 선적 제22서경호에 탑승한 기관사 A 씨 가족이 모여 있었다. 가장 A 씨의 갑작스러운 실종 소식에 가족들은 눈물을 삼키거나 멍하니 자리에 앉아 있었다.

A 씨의 배우자는 “나 혼자 놔두고 가버리면 어쩌란 말이냐”며 “이대로 살아도 사는 게 아니다”고 호소했다. 협회 측에 ‘어찌 된 일이냐’ ‘(실종자를) 언제 찾을 수 있느냐’고 묻기도 했으나, 기다리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에 한숨만 내쉴 뿐이었다.

이날 사고대책본부는 내내 침통한 분위기였다. 한국인 8명 등 모두 14명을 태운 139t급 대형 트롤 선박인 제22서경호가 침몰했다는 소식만 전해졌을 뿐 사고 경위나 침몰 위치 등은 한참 동안 제대로 전해지지 않았다. 사고 이후 제22서경호 선사 사무실 바로 옆에 있는 근해트롤어업협회에 사고대책본부가 꾸려지자 실종자 가족들이 몰려들었으나 현지 사정이 제대로 전해지지 않으면서 답답한 상황이 이어졌다.

이날 오전 8시 40분께 선원 한 명이 구조됐다는 소식에 A 씨 가족은 ‘혹시나’하는 희망을 품기도 했다. 그러나 선사 관계자가 전혀 다른 사람이라고 대답하자 다시 침통한 분위기만 흘렀다. 결국 A 씨 가족은 여수에 실종자 가족 대기실이 마련됐다는 소식을 듣고 오후에 사고대책본부를 떠났다. 취재진과 만난 A 씨 형은 “우리도 뉴스를 보고 사고 소식을 알았다”며 “우리도 아는 게 없어 너무 답답하다. (A 씨가) 살아만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근해트롤어업협회 측은 새벽 동안 여러 실종자 가족이 이곳을 찾았다고 설명했다. 대부분 실종자 가족들은 여수로 이동한 것으로 파악됐다.

근해트롤어업협회 권영준 협회장은 “실종자 수색을 돕기 위해 협회 소속 트롤 선박 7척이 사고 해역에서 활동 중”이라며 “협회 차원에서 제22서경호 선사를 다방면으로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9일 오전 전남 여수시 하백도 인근 해상에서 14명이 탑승한 대형 트롤 어선 제22서경호가 침몰해 해경이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9일 오전 전남 여수시 하백도 인근 해상에서 14명이 탑승한 대형 트롤 어선 제22서경호가 침몰해 해경이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오후 제22서경호 선사 관계자들도 여수로 이동한 것으로 확인됐다. 선사 관계자는 “사고 직후 가족들에게 사고 소식을 알렸다”며 “여수에 사망자·실종자 가족이 머무를 수 있는 대기실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9일 오전 1시 40분께 여수시 삼산면 하백도 동쪽 약 17km 해상에서 부산 선적 139t급 대형 트롤 어선 제22 서경호가 갑자기 레이더상에서 사라졌다고 함께 이동하던 선단 어선 측에서 신고했다. 해당 선박에는 선원 14명(한국인 8명, 외국인 6명)이 탑승하고 있었다. 이날 오후 6시 기준 한국인 선장과 선원 등 10명이 사망·실종 상태다. 초기 수색에서 이 가운데 4명은 사망이 확인됐다. 이날 오후 선체 확인 과정에서 실종자 6명 가운데 1명 추가 발견 소식이 전해졌으나 신원 확인이 안 됐다. 구조된 외국인 선원 4명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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