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간 장애인들에게 든든한 힘이 되어준 봉사자와 후원자의 도움에 감사”

강성할 기자 shg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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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충걸 부산국제장애인협의회 회장
연중 12개 행사로 분주한 나날
전국장애인시 낭송대회, 장애인가족사랑나눔대상 등
월남전 참전 계기로 장애인 후원 결심
“장애인이 사회 일원으로 당당하게 살아가 뿌듯”
가족함께 나눔 실천 1억 5000만 원 누적 기부









“40년간 많은 분의 관심과 격려 속에 열린 각종 행사와 대회는 장애인들의 삶의 활력소가 되는 동시에, 비장애인과의 우애를 돈독히 하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장애인과 그들의 가족들에게 든든한 힘이 되어준 자원봉사자들과 후원자의 도움에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부산 동구 초량동 (사)부산국제장애인협의회 강충걸 회장((주) 파나컴 대표)이 40년 간 이어온 장애인 관련 봉사 활동에 대한 소감을 감사함으로 말문을 열었다.

강 회장은 누구보다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연중행사로 12개를 펼치고 있다. 장애인들을 대상으로 정보화 교육, VR 체험, 운전면허 취득 교육, 바리스타 교육, 3D 영화 상영, 인문 교양 및 자기 계발 강좌, 전국장애인 시 낭송 경진대회, 장애인가족사랑나눔대상 시상식, 시 낭송아카데미, 시 낭송유튜브방송, 자기계발서 전문도서관, 통일 염원 국토순례대행진 등을 무료로 운영하고 있다.

강 회장이 본격적으로 장애인 봉사에 나서게 된 계기는 월남전 참전이다. 그는 1970년 해병 청룡부대원으로 베트남에 파병됐다. 그곳에서 수많은 죽음과 부상자들을 목격하면서 나중에 장애인에게 도움을 주는 인생을 살고 싶다는 결심을 했다고. 그 자신도 1971년 부비트랩에 걸려 머리와 오른쪽 다리를 다쳤다.

강 회장은 1980년 2월 부산지체장애인복지회 설립 때 발기인 대표를 맡으며 장애인을 위한 봉사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이후 그는 1981년 당시 부산지체장애인복지회 설립을 주도한 데 이어 1991년 부산국제장애인협의회 결성하는 등 장애인들을 위한 체계적인 사회 지원 네트워크 구축에 앞장섰다.

2014년에 국내 최초 장애인을 위한 자기계발서 전문도서관인 ‘영혼이 춤추는 도서관’을 열었다. ‘영혼이 춤추는 도서관’ 본관은 부산 동구 초량동 커피타운빌딩 6층에 있다. 현재 도서관에 소장된 책은 2만여 권. 이 가운데 자기계발서가 1만 6000여 권으로 가장 많고 인문 도서, 고전, 베스트셀러 등이 있다.

또 2015년부터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시 낭송 행복나눔 아카데미’를 열고 있다. 지난해 5월에는 ‘영혼이 춤추는 도서관’ 개관 10주년을 맞아 사진집 ‘Thanks 365 이것 또한 감사하리라’를 출판했다.

“도서관의 가장 대표적인 프로그램으로 장애인과 비장애인 40명이 매주 참가합니다. 시 낭송을 통해 마음을 치유하고 정서적 안정에 도움을 받는다는 반응이 많습니다.”

그는 30대에 부산시장 표창, 40대에 보건복지부장관 표창, 50대에 대통령 표창, 60대에 국민포장을 차례로 받은 데 이어 일흔이 넘은 나이에 2022년 제42회 장애인의 날 기념식에서 최고 영예인 국민훈장 모란장을 받으며 ‘사회복지유공자상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또 2017년 ‘제38회 부산시민의 날 기념식’에서 ‘제33회 자랑스러운 부산시민상’ 봉사 부문 본상을 받기도 했다.

“앞으로도 겸허한 마음을 갖고 장애인 봉사에 더욱 매진하겠습니다. 항상 낮은 곳에서 묵묵히 활동하는 봉사자들과 십시일반 후원해 주시는 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그는 많은 대중에게 시 낭송 프로그램을 알리기 위해 2021년 3월부터 유튜브 채널 ‘영혼이 춤추는 도서관’도 운영하고 있다. 김윤아 이사장이 국내외 유명 시를 소개하고 직접 낭송을 한다. 현재 구독자는 1120명이며 시 낭송 동영상 93개가 올려져 있다. 지난 1일 기준 조회 수는 10만 4700회에 달한다.

강 회장은 장애인을 위한 수많은 활동 중에서도 ‘통일 염원 국토 순례’를 최우선으로 꼽았다. 1991년 ‘한라에서 백두까지’라는 슬로건으로 시작된 행사는 지난해까지 30차례 열렸다. 지난해 10월에는 경남 진해해군교육사령부에서 500명이 모여 해군 체험 행사를 가졌다.

“2005년 9월 장애인과 비장애인 봉사자 475명이 금강산에 갔을 때, 장애인들이 포기하지 않고 불굴의 의지로 금강산을 오르는 모습을 보고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북한 땅에서 백두산과 한라산, 금강산의 물과 흙을 하나로 묶는 합수·합토제를 했던 순간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강 회장은 가족과 함께 사회공헌 활동도 꾸준히 펼치고 있다. 특히 그의 가족은 부산사랑의열매에 20년째 새해 첫 이웃돕기 성금을 기탁하고 있다. 아내 박영희 씨와 아들 예성(SK마이크로웍스 솔루션즈 매니저) 2005년부터 기부한 누적 금액은 1억 1000만 원이다.

강 회장은 “가족이 함께 나눔을 실천하자는 제안으로 가족들이 기부를 시작했다”며 “이웃에게 희망과 용기를 줄 수 있어 우리 가족에게 큰 선물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결혼할 때 가훈을 ‘낮게 살고, 높게 생각하라’고 정했습니다. 누군가에게 알려지길 원해서가 아니라 묵묵히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그는 한 번 인연을 맺으면 보통 20~30년 이상 지속한다. “특정한 분이나 단체를 거론하면 다른 분들이 서운해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은산해운항공(주) 양재생 회장과 이근철 삼정그룹 회장, 건물주인 고주복BCM 커피백화점 대표, 당코리 이영재 회장, (주)참콤 이경욱 회장, 부산아동복지후원회 이상규 회장, 김윤아 ‘시읽는 문화’ 이사장 등으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습니다. 이들의 후원이 봉사 활동을 하는 데 큰 힘이 됩니다.”

강 회장은 많은 후원자로부터 ‘봉사하고 싶은 마음은 있어도 방법을 잘 몰라 망설였는데 봉사의 길로 인도해 줘서 고맙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장애인들이 프로그램을 통해 자존감과 자활 능력을 키우고 사회 일원으로 당당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 뿌듯합니다. 장애인 사회 인식 개선과 복지 실현을 위해 그동안 힘을 모아준 후원자와 봉사자분들께 늘 감사한 마음을 갖고 살겠습니다.”

강 회장은 매일 아침 협의회 회원과 기부 후원자 등 1500여 명에게 ‘사랑의 메시지’를 보내는 것은 물론 매주 ‘사랑의 편지’를 발송하는 등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없애는 작업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그는 “교통사고 등으로 비장애인들도 언제라도 장애인이 될 수 있는데도 우리 사회에는 아직도 장애인에 대한 차가운 시선이 여전히 존재하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며 “장애인을 자신과 다르다고만 생각하는 뿌리 깊은 편견을 바꾸고 봉사를 생활화시킬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성할 기자 shg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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