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산엑스포 백서 발간, 유치 실패 원인·반성 담겨야
올해 3월 넘겨 상반기 중 나올 듯
기왕 늦은 만큼 백서답게 만들길
2030세계박람회(월드엑스포) 부산 유치 활동의 전 과정을 담은 백서가 올해 상반기 중에 발간된다는 소식이다. 유치 활동이 마무리된 지 1년을 맞았던 지난해 11월에도 감감무소식이었던 ‘엑스포 백서’가 기존에 예고했던 올해 3월 발간 시점도 훌쩍 넘기게 된 것이다. 늦어도 너무 늦었다는 인상을 지우기 힘들다. 백서는 지난 활동을 마무리하고 엄정한 평가와 반성 끝에 새로운 계획을 세울 준거점이 된다. 이왕 늦어진 만큼 이번 엑스포 백서는 제대로 만들어야 한다는 데 이견이 있을 수 없다. 피상적이고 형식적인 방향이 아니라 실패 원인부터 활동 성과와 한계까지 객관적으로 담아내 백서다운 백서를 만들어야 한다.
〈부산일보〉 취재에 따르면, 이번 엑스포 백서는 엑스포 유치 활동의 시대적 흐름, 부산 유치의 당위성·타당성에 대한 심층분석, 유치에 따른 기대효과 및 미래 전망 등을 주요 내용으로 담는다. 정부와 국회·부산시·부산시의회 등 각종 기관과 시민사회·상공계 등 총력전을 펼친 주역들의 활동 내용도 포함된다. 이것만 놓고 보면, 유치 활동이 거둔 각종 성과는 물론이고 한계와 반성까지도 포괄하는 ‘총망라’의 백서는 아닌 듯하다. 부산시 입장에서 성과와 홍보에만 초점을 맞춰 기술되는 건 아닌지 걱정을 낳는 이유다. 부산연구원이 맡은 ‘엑스포 유치 활동의 성과와 한계’ 용역이 백서에서 비중이 낮게 실리는 것도 그런 우려를 더한다.
부산 시민이 엑스포 백서를 통해 가장 알고 싶은 것은 유치의 당위성과 기대효과, 비전 같은 형식적 내용이 아니다. 그건 오랜 유치 활동 과정에서 이미 귀가 닳도록 들었던 바다. 부산이 어째서 경쟁 도시에 압도적 패배를 당하게 됐는지, 한국의 승리를 장담한 터무니없는 판세 분석은 어떻게 해서 나왔는지, 그 진상을 철저하게 살피고 실패 원인을 냉철하게 찾아내는 것이 백서의 핵심이 되어야 한다는 얘기다. 엑스포 유치의 기본 방향과 지지국 확보 방안이라든지 경쟁국 정보 수집 및 투입 예산의 효율성에 대한 치밀한 분석과 합당한 평가가 함께 뒤따라야 함은 물론이다. 이를 외면한다면 ‘반쪽짜리’ 백서다.
백서 내용에 따라 유치 실패의 책임 소재를 따지는 문제가 정쟁의 소재로 비화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개입할 사안이 전혀 아니다. 숱한 사람들의 노력이 들어간 부산의 숙원 사업이 어떤 과정을 통해 좌초될 수밖에 없었는지, 편향됨 없이 객관적 시각에서 면밀하게 기술하자는 것이다. 백서는 향후 재도전 여부를 가를 중대한 분기점이 될 것이다. 부산의 미래와 새로운 출발을 위해서라도 엄정한 평가는 꼭 필요하다. 물에 물 탄 듯 술에 술 탄 듯 대충 넘어가는 행태는 유치 실패를 또다시 반복하는 것과 다름없다. 부산시와 정부가 막중한 책임 의식을 가져야 한다. 부산 시민이 지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