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운동하다 제적… 95년 만에 명예 졸업장
동래고, 차일명 씨 손자에 전달
“조부, 일제 고문 받다 행방불명”
일제 강점기에 독립운동을 했다가 다니던 고등학교에서 제적된 독립운동가가 95년 만에 졸업장을 받았다.
부산 동래고등학교는 지난 7일 졸업식에서 일제 강점기에 독립운동을 했다는 이유로 제적된 고 차일명 씨에게 명예 졸업장을 수여했다고 19일 밝혔다. 이날 졸업식에선 손자 차경환(55) 씨가 차 씨를 대신해 명예 졸업장을 받았다.
차 씨는 일제강점기 당시 광주 고보(고등보통학교) 학생의거에 연대해 연합 궐기에 나섰다. 1929년 11월 3일 광주에서 일본인 중학생이 한국인 여학생을 희롱한 일로 광주 고보 학생과 일본인 중학생 사이에 충돌이 일어났다. 이는 일제 항거 운동으로 발전해 각지로 퍼지기 시작했다. 참가한 학교 수가 194개교, 참가 학생 수는 5만여 명이나 되는 민족적 항거였다.
동래 고보 학생들도 술렁이기 시작했다. 4학년에 재학 중이던 차 씨는 항거 운동을 주도한 동래 청년회 소년부 회원이었다. 차 씨를 포함한 학생들은 경남 일원에 걸쳐 대 항거 운동을 일으키기로 결의했다. 11월 중순 어느 금요일 오후 4학년 이하 전 학생 대표들은 즉각 연합 궐기에 나섰다. 전국적인 항거 운동은 약 5개월간 지속됐다.
차 씨는 연합 궐기를 했다는 이유로 1930년 1월 7일 제적됐다. 당시 동래 고보는 이런 소용돌이 속에서 1년 가까이 지나서야 간신히 안정을 되찾아 정상적인 수업을 할 수 있었다.
동래고는 차 씨의 명예 회복을 위해 늦게나마 명예 졸업장 수여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동래고 임혜정 교감은 “억울하게 제적당한 독립운동가에게 명예 졸업장을 수여하는 건 당연한 일”이라며 “졸업식에 참여한 아이들에게도 학교 선배에 대한 자부심을 느끼고 애국심을 고취하는 계기가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할아버지의 명예 졸업장을 품에 안은 차 씨의 손자 차경환(55) 씨는 “할아버지는 제적 이후에도 독립운동에 힘썼으며, 결국 일제에 고문을 당하다 행방불명됐다”며 “지금이라도 할아버지의 졸업장을 품에 안게 돼 감격스러운 한편 당신의 삶이 얼마나 고통스러웠을지 아픔이 느껴지고 눈물이 난다”고 말했다.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