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초고령 사회와 제로섬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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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수 동아대 명예교수

김정수 동아대 명예교수 김정수 동아대 명예교수

오늘날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심각한 문제는 기후의 급격한 변화, 경기침체와 고물가, 정치의 극한 대립, 저출산과 고령화, 세계적인 국지전의 발발 등의 난제들이다. 그러나 여기서는 고령화 문제에 대해서 얘기해 보려고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OECD 회원국 중에서 노인 빈곤율이 가장 높고, 65세 이상 인구 비중도 2024년 11월 말 19.91%에 도달하여 2025년 지금은 초고령 사회에 진입해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고령화 사회가 된 이유는 경제가 발전하면서 영양과 위생 상태가 좋아지고, 보건과 의료 기술이 발전해서 사회적으로 기대 수명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를 경제학적 측면에서 보면, 저출산·고령화로 인해 첫째, 생산가능 인구(만 15~64세 인구)의 감소로 생산 능력이 떨어지므로 생산량 증가, 즉 경제성장이 저해되어 고용이 줄고 실업자가 늘어나 한 나라의 경제가 장기 침체의 늪에 빠지게 된다. 둘째, 인구가 급감함으로써 소비 인구의 감소로 이어져 상품과 서비스의 수요 감축으로 연결되어, 이는 생산의 감소로 이어져 경제성장을 어렵게 한다. 이는 다시 고용 감소와 실업자 증가로 이어져 장기 침체의 원인이 되고, 이로 인해 세금 징수도 크게 감소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이러한 상황이 계속될 경우, 한 나라 경제의 장기 침체와 급격한 국가 부채 증가는 물론 국가의 존립 자체도 위협받게 된다. 이러한 장기적인 문제 해결에 앞서 당장 시급한 것은 노인들을 위한 비용의 급증으로 인해 국가 재정에 커다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살면서 자주 듣는 얘기 중에 인생에 공짜는 없다고들 한다. 또한 경제학 이론에서 자주 인용되는 제로섬 게임(Zero-Sum Game)이론이 있다. 제로섬 게임이란 게임에 참가한 모든 참가자들의 점수를 전부 합하면 반드시 제로(0)가 되는 게임이다. 제로섬 사회에서는 일정한 자원이나 부의 총량에서 한 가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정량의 자원이나 부를 투입할 경우에 다른 분야에서 그 양을 보충해 넣어야 총량이 이전과 같이 동일하게 되는 사회를 말한다. 이를 앞의 내용과 결부시킨다면, 노인들을 위한 비용의 일부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비용으로 지불되지만, 결국에는 국민의 세금으로 충당되게 되고, 이들 비용은 현재의 젊은 세대와 미래의 세대에게 부담이며, 제로섬 게임에 의하면 거의 다음 세대가 지금의 짐을 짊어져야 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무엇보다 급선무는 정부가 현재의 노인 기준을 65세에서 70세나 75세로 하루속히 상향 조정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엄청난 경제적 비용이 발생하여 국가 재정의 부담은 물론 많은 세금으로 귀착될 것이다.

여기서 지금 젊은 세대나 노인들이 반드시 명심해야 할 사실이 있다. 첫째, 정부나 지자체에서 지급되는 지원금은 제로섬 게임이론에 따라 그냥 공짜가 아니며, 누군가가 반드시 그에 상당한 금액을 지불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정부나 지자체에서 지급하는 지원금에 대해, 특히 젊은 세대들은 자신들이 반드시 떠안게 될 비용을 생각하여 자신들의 견해를 정치권에 적극적으로 피력하여야 한다. 그리고 지금의 젊은 세대도 다음 세대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노년기의 대비를 미리 철저히 하여야 한다. 셋째, 노인들의 경우도 지금이라도 알뜰한 생활로 공짜의 지원금에 기대지 않고 자기 인생은 본인이 해결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넷째, 국가나 지자체의 단체장들의 경우도 자기 돈이 아니라고 선심으로 자신의 인기나 다음 당선을 위해 무작정 뿌리는 지원금은 삼가는 것이 좋을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 재정이 적자이지만 실로 지원이 필요한 곳은 한두 군데가 아니다. 폭설, 폭우 등의 자연재해나 불의의 대형사고 등이 발생할 경우에 긴급 지원 등으로 인한 정부 지출이 증가할 수 있기 때문에, 전 국민 대상의 지원은 재고되어야 함은 물론, 노년 기준의 상향 조정과 함께 우리 모두가 스스로 노년기를 위한 대비를 미리 철저히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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