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산교육감 재선거 정치색 대신 정책으로 경쟁하라
몇몇 후보 벌써부터 이념 공방
선거 승리에만 매몰 옳지 않아
4·2 부산시교육감 재선거에 나서는 후보군이 사실상 확정된 가운데 부산교육 수장 자리를 향한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됐다. 예비후보로 등판했거나 등판 예정인 후보는 현재 8명이지만, 보수·진보 진영별 단일화 여부에 따라 선거판이 요동칠 가능성은 얼마든지 남아 있다. 우려되는 것은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와 맞물린 교육감 선거 시점이다. 아닌 게 아니라 후보들이 벌써부터 진영별 색깔을 과감하게 드러내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표심을 공략해 선거의 주도권을 잡겠다는 이런 발상은 부산교육에 대한 정책적 논의를 뒷전으로 돌린다는 점에서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당연히 교육감 재선거의 취지에도 어긋난다.
교육감 선거에서 정치 색깔을 과도하게 활용하는 모습은 유권자가 보기에 불편하고 민망하다. 윤석열 대선 캠프 출신인 정승윤 후보는 최근 극우 성향 유튜브에 출연해 ‘대통령 탄핵 기각’을 주장했고, 박종필 후보는 보수 성향의 세이브코리아 주최 행사에 얼굴을 내밀어 표를 호소하는 모습을 보였다. 부산대 총장을 역임한 차정인 후보는 ‘노무현 정신’을 교육 혁신과 연결 지어 강조했는데, 이에 앞서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의 딸에 대한 미안함을 표시하기도 했다. 이 모두가 탄핵 정국의 진영화에 따라 여야 대표 주자의 이미지를 활용하는 것이 선거에 유리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일 텐데, 지역 교육 수장을 뽑는 선거가 이래서는 곤란하다.
부산은 학령인구 감소와 사회구조의 대변화로 교육 환경의 위기에 처해 있다. 교육 위기 해소는 현장에 맞는 효과적인 교육정책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이번 교육감 후보들의 주요 정책 공약을 보니, ‘유치원 무상교육’ ‘초등 학급당 학생 20명 이하’ ‘AI(인공지능) 교육 강화’ 등이 대표적으로 거론된다. 이미 나온 정책의 재탕이거나, 실현 가능성이 의문스럽다는 지적을 받는 내용들도 있다. 앞으로 남은 기간은 보다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정책 개발에 더 매진하는 시간이 되어야 할 것이다. 전 교육감이 물러나면서 교육 공백에 대한 우려도 크다. 호응도가 높은 ‘늘봄학교’ ‘아침 체인지’ 같은 정책은 차질 없이 운영돼야 한다.
교육행정은 정책적 연속성과 방향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새 교육감을 통해 부산교육의 현황을 챙기고 정책 과제를 하루빨리 정상화하는 게 시급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교육감 재선거가 이뤄져야 한다는 데 이견이 있을 수 없다. 원래 교육감 선거는 정당 관여가 금지돼 있다. 대통령 탄핵 선고 국면과 맞물린 선거운동 과정에서 보수든 진보든 결집 현상이 과열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부산시교육감 재선거가 이념 공방이나 대결의 장으로 오염되는 일만은 없어야 한다. 후보들이 명심해야 한다. 정치 진영에 의존해 선거에 이기는 길을 택하기보다는 교육 중심의 정책 경쟁으로 정당하게 교육 수장의 자리에 오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