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총리 예약’ 메르츠, 유럽 자강 거듭 역설
“美 ‘우선주의’서 ‘단독주의’로”
미·EU 관계 유례없는 시험대
독일 총선에서 승리해 유력한 차기 총리로 부상한 프리드리히 메르츠 기독민주당(CDU) 대표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밀어붙이는 ‘미국 일방주의’에 유럽이 절체절명의 위기에 직면했다고 경고하면서 유럽의 자강을 연일 역설하고 나섰다.
로이터,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메르츠 대표는 24일(현지 시간) 베를린 당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유럽은 정말로 자정까지 5분 남았다”며 ‘미국 우선주의’에서 ‘미국 단독주의’로 나아가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기조에 대응해 유럽의 자체 방어 능력을 구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메르츠 대표는 “우리가 미국에서 수신하고 있는 모든 신호들은 유럽에 대한 (미국의) 관심이 점점 줄어들고 있음을 가리키고 있다”며 “‘미국 우선’을 넘어 ‘미국 홀로’ 방향으로 가고 있는 세력이 득세한다면 (유럽은) 어려워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유럽과 우크라이나를 배제한 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에 나서는가 하면 유럽에 거듭 방위비 증액을 압박하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의 최근 움직임을 거론하면서 “특히 과거 몇주 동안 이뤄진 미국 측 발표에 비춰보면 우리 유럽인들은 시급히 행동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메르츠 대표는 미국과 유럽의 안보 관계에 대한 질문에는 “좋은 대서양 관계를 계속 유지하는 게 서로 이익에 부합한다고 미국인들을 설득하겠다”면서도 “최악의 시나리오에도 대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메르츠 대표는 앞서 전날 치러진 독일 총선 출구조사 발표 직후에도 현지 방송에 출연해 유럽에 대한 미국의 무관심을 거론하면서 미국으로부터 실질적인 독립을 달성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21일에는 핵무기를 보유한 영국·프랑스와 핵공유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며 그동안 미국에 의존해온 안보정책을 유럽 중심으로 바꾸겠다는 의사를 천명하기도 했다.
영국 BBC는 메르츠 대표의 이 같은 입장과 관련, 대서양을 사이에 두고 마주한 미국과 유럽 간 전통적 동맹의 가치를 중시하는 열렬한 ‘대서양주의자’인 메르츠 대표의 이 같은 태도는 불과 몇달 전만 하더라고 상상하기 어려운 것이었다고 촌평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지각변동’ 급의 변화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을 계기로 2차 대전 이래 80년 동안 이어 온 미국과 유럽의 관계가 유례없는 시험대에 든 현실이 반영돼 있다고 짚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