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 중 파손된 문 보상” 요구… 소방 활동 위축 우려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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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 빌라 주민들, 수리비 청구
보험사 “소방관 책임 아냐” 난색
당국 부담 덜 사회적 합의 필요

부산소방재난본부 건물 전경 부산소방재난본부 건물 전경

최근 한밤중 불이 난 빌라에서 인명 수색을 위해 잠긴 현관문을 강제로 열었던 소방 당국이 주민들에게 시설 수리비 명목으로 거액의 보상비를 요구받은 사실이 알려졌다. 소방 현장에서 구조·구급 활동 위축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25일 부산소방재난본부와 광주 북부소방서에 따르면 지난달 11일 오전 2시 52분 광주 북구 신안동의 한 4층짜리 빌라 2층 세대 내부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이 불로 2층에 살던 30대 주민 1명이 숨졌다. 처음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 세대의 주민이다.

이 빌라는 총 10여 세대가 살고 있었다. 현장에 출동한 소방관들은 추가 인명피해를 막기 위해 집집마다 문을 두드렸다. 인기척이 없는 6세대는 잠긴 현관문을 부수고 들어가 내부를 수색했다. 이 과정에서 현관문과 잠금장치(도어록)가 파손됐다.

사고 이후 현관문이 파손된 6세대 주민들은 화재 진압과 인명 구조 작업을 한 광주 북부소방서에 수리비용 800만 원을 물어내라고 요구했다.

소방 당국에 따르면 통상 공동주택 등에서 화재가 발생해 타 세대에 피해가 발생한 경우, 화재 발생에 책임이 있는 자가 자비나 보험 등으로 손해배상 등 금전적인 부담을 지게 된다.

그러나 광주 화재의 경우 화재 원인자가 사망해버리면서 화살이 소방 당국에게 갔다. 소방서 측은 난처한 입장을 보였다. 직원 보호를 위해 가입하는 행정배상 책임보험이 있지만, 보험사 측은 현장에서 활동한 소방관에게 귀책사유가 있는 게 아니어서 보험급 지급이 어렵다고 통보했다.

소방 당국의 정당한 구조·구급 활동에 대한 손실보상 민원은 꾸준히 늘고 있다. 소방청에 따르면, 손실보상 지급 사례는 △2022년 64건 4313만 원 △2023년 104건 8648만 원 △2024년 98건 1억 58만 원으로 최근 3년간 매년 증가세다.

부산의 경우 화재 관련 손실보상 건수는 2022년 6건, 2023년 5건, 2024년 2건으로 단순 건수는 감소 추세이나, 손실보상 예산은 연 1000만 원으로 8년째 동결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긴급상황에서 소방 당국의 구조·구급 활동이 위축되면 결국 시민 안전에 직접적인 위협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소방 당국 관계자는 “광주 같은 사례가 생기면 단 한 번에 1년 예산의 상당 부분을 사용해야 한다”며 “화재 현장에서 구조활동을 수행한 소방관에게 과도한 보상을 요구하면 소방의 사기를 저하시킬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동아대 경찰학과(화재안전) 임옥근 교수는 “행여 민원을 우려한 소방관들이 구조 활동에 적극성을 잃게 된다면 결국 손해를 보는 건 국민”이라며 “정당한 구조 활동으로 발생한 손실 부분에 대해선 소방 당국의 책임과 부담을 덜어주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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