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읽기] 지적이고 싶다면 신체적 단련부터?
■지적 생활의 즐거움 / P. G. 해머튼
누구나 지적(知的)이고 싶다. 그러나 지적인 척 하기는 쉬워도 지적이기는 쉽지 않다. 지적 생활의 즐거움을 알려줌으로써 우리의 삶을 지적으로 이끄는 책 <지적 생활의 즐거움>이 2015년 국내 출간된 후 10년 만에 재출간됐다. 사실 서구에서는 100년이 넘도록 읽혀온 고전이란다. 영국 빅토리아 시기(19세기) 예술평론가인 저자는 뛰어난 작가들이 누린 지적 생활(The Intellectual Life)을 소개하고, 범인들도 시도해볼 수 있는 지적인 삶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
책 속 몇 가지 특이한 ‘안내문’들이 눈길을 잡는다. 우선 지적 생활에는 신체적 단련이 필수라는 내용이다. 저자는 당대의 학자와 지성인의 예를 통해 그들이 얼마나 지적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신체 단련과 자신만의 독특한 생활법을 찾고 훈련해왔는지 보여준다. 대표적으로 <순수이성비판>의 저자 칸트는 새벽 5시에 차와 담배 한 대로 아침식사를 마친 후 강의준비와 집필을 시작해 여덟 시간 동안 쉬지 않고 일하고, 일이 끝난 오후 1시에 점심을 먹었다. 이후로는 음식을 일절 입에 대지 않았다.
지식의 확장에 대한 욕구가 오히려 지적 생활을 방해한다고 지적하는 점도 눈에 띈다. 저자는 과도한 지식 습득은 자기만의 개성을 잃게 할 염려가 있음을 경고하며, 자칫 배우는 과정에만 집착해 ‘배웠다’라는 과거형을 자랑삼으려는 것은 아닌지 되묻는다. 지금껏 다양한 지식과 교양을 쌓을수록 지적 생활이 더욱 윤택해질 것처럼 생각하며 실제로는 ‘아는 척’하려 했던 것이 아닐까,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한다.
그 외에도 저자는 지적인 삶을 살아가기 위해 절제가 필요하고, 계획과 연습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모두 나에게 필요한 덕목이다. P. G. 해머튼 지음/김욱 옮김/책읽는고양이/320쪽/1만 7500원.
김종열 기자 bell10@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