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중독될 수 있는 마약… 탈출 돕는 데 민관 힘 모아야” [마약, 처벌 넘어 치유로]
하용준 제주순오름치유센터장
30대까지 중독자로 살다 벗어나
마약과 멀어지기 위해 제주 이사
사명감 하나로 센터 운영 도맡아
제주순오름치유센터 하용준 센터장(48)은 ‘마약 중독자’였다. 17세 때 처음 히로뽕을 접하고 30대까지 마약의 노예로 살았다.
그는 2007년 31살 나이로 제주도에 이주했다. 마약이 쫓아올 수 없는 곳이라고 생각했다. 이곳에서 하 센터장은 마약 중독을 벗어나려고 부단히 노력했다.
마약에서 벗어나는 시간은 지옥이었다. 금단 증상으로 열이 40도까지 오르기도 했다. 그는 ‘뼈마디를 송곳으로 긁는 듯한 고통’이었다고 회상했다. 신체적 고통 말고도 피해 망상과 분노조절장애 등이 그의 정신을 갉아먹었다.
갖은 괴로움을 삭이며 마약을 멀리한 세월이 올해로 18년째다. 갓 태어난 아이가 성인이 될 만한 시간이 흘렀음에도 그는 아직도 마약이 무섭다고 고백한다.
“언제나 마약을 다시 할까 두려운 게 사실입니다. 마약이 판치는 서울 강남 같은 곳은 최대한 가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그는 자신의 마약 중독 치유를 가리켜 ‘똥 밭에서 벗어났다’고 바꿔 말했다. 마약이라면 진절머리가 난다는 게 하 센터장 설명이다.
마약의 ‘ㅁ’ 자도 생각하기 싫다고 말한 그가 마약 중독자 재활을 돕는 센터를 만든 것은 오로지 사명감 하나 때문이다. 제주도에서 본격적으로 기독교 교리에 빠져들어 새 삶을 얻은 만큼 이를 다시 나눠주고 싶다는 것이다.
“기독교 가르침 덕분에 마약에 빠진 인생을 구원받았습니다. 체계적 치료와 종교적 치유를 통해 마약에 중독된 아이들을 구하는 게 예수님께 받은 사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마약 중독 치료를 위해 자기계발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하 센터장은 지난해부터 부산디지털대학교에서 심리상담학을 공부하고 있다. 마약에 빠진 청년들의 심리를 잘 파악해야 치료도 효과적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이 외에도 시간이 날 때마다 전국 교도소를 찾아 마약 중독을 벗어나기 위한 강의를 하기도 한다.
그의 열정은 센터 입소자들도 피부로 느끼고 있다. 한 입소자는 “자신의 자식보다 우리를 챙겨준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괜히 죄송스럽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그의 목표는 마약 중독 치료자를 양성해 그들이 다른 마약 중독자를 돕도록 만드는 것이다. 제주순오름치유센터 옆에 학교를 짓겠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마약 중독자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골든 타임이 분명 존재합니다. 이제라도 정부와 민간이 힘을 합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합니다.”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