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꺼진 아파트 1321세대… ‘미분양 늪’ 빠진 김해
2021년 82세대서 16배 이상 급증
5년간 1만 6499세대 물량 쏟아져
경기 침체 불구 공급 늘어난 원인
경남 김해시 미분양 물량이 최근 4년 새 10배가 넘게 폭증했다. 부동산 경기침체와 금리 인상, 대출 규제에도 불구하고 넘쳐나는 공급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김해시는 현재까지도 주택건설사업계획 승인이 이어지고 있어 미분양 우려에 예정된 사업을 연기하는 건설사까지 속속 등장했다.
5일 〈부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해 12월 기준 김해시 공동주택 미분양 물량은 1321세대다. 최근 4년 중 최대치를 기록했다. 준공 후 미분양된 악성 미분양 물량도 250세대를 차지해 침체된 지역 부동산 시장의 심각성을 여실히 드러냈다.
김해시 미분양 물량은 2021년 82세대이던 것이 2022년 1222세대, 2023년 851세대로 꾸준히 늘었다. 그러다 지난해 1321세대로 정점을 찍었다.
이 같은 미분양 폭증은 경기침체와 대출 규제 등 전국적인 원인에 공급이 적정 물량 이상 쏟아진 지역적인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5년간 김해에 준공된 공동주택은 19개 단지, 1만 6499세대다. 김해시 인구를 감안하면 연간 적정 입주 물량은 2800세대 안팎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2023년 4537세대, 2024년 3449세대 등 이를 훨씬 상회하는 공급이 이뤄졌다. 올해는 2월 말 현재 무려 4017세대가 공급됐다.
게다가 공급 입지도 한정적이어서 최근 4년 간 분양한 19개 단지 중 9개 단지가 장유 지역에 집중적으로 들어섰다.
이 같은 미분양 우려에 사업 계획을 미루거나 축소하는 건설업체도 나오고 있다. 김해의 한 시행업체 대표는 “당초 공동주택을 1차와 2차로 나눠 차례로 건립하려고 했는데 공사비와 자잿값 등이 많이 오른 데다, 미분양까지 걱정되서 2차는 좀 더 시간을 두고 생각해 볼 예정”이라고 전했다.
지역 건설업계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김해시의 미분양 물량 우려는 당분간 사그라들지 않을 전망이다. 공공·분양·지역주택조합·재건축 사업 등 기존에 승인한 주택건설사업계획 건수가 31건이나 있고, 이미 착공한 사업도 10건에 달한다. 계획대로 진행되면 2028년까지 2만 2167세대가 더 김해 부동산 시장에 나오게 된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김해시의 안정적인 주택 공급을 위해서는 지자체와 건설사 간 소통과 협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한다.
동아대 부동산학과 강정규 교수는 “한동안 인허가를 제한한 대구시 사례처럼 인허가권을 가진 김해시가 어느 정도 통제는 가능하다”면서도 “미분양이 늘면 건설사가 자구적인 차원에서 물량을 조절하게 시장 원리에 맡기고 최소한 개입하는 것이 맞다”고 조언했다.
김해시 공동주택과 측은 “최근 공급 물량이 많았던 건 사실”이라며 “앞으로 공급 추이를 지켜보고 착공 또는 분양을 앞둔 업체에 공급 시기를 조정하는 등 행정 지도를 할 예정이다. 장기적으로는 주택공급 기본계획을 수립해 계획적인 공동주택 공급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민 기자 mi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