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재명 대표 부산 현안 외면하며 민심 얻길 바라나
글로벌허브·산은법 처리 요청 묵살
실망 넘어 분노한 시민 염원 수용을
대권을 꿈꾸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조기 실시 가능성이 커진 대선과 내년 6·3 지방선거에서 부산을 버리려고 하는 것 같다. 이는 6일 부산 강서구 부산신항을 찾은 이 대표와 박형준 부산시장 간 면담 내용을 접한 부산 시민들이 격앙된 반응과 함께 내놓은 판단이다. 이날 이 대표가 부산 발전에 필요한 아무런 지원 방안도 없이 빈손 상태로 방문한 데다 해결이 시급한 지역 핵심 현안 2건에 대한 박 시장의 요구마저 외면해서다. 민주당에 차가운 부산 민심을 돌려세우려는 방문 목적과는 정반대인 처사에 지역민의 분노는 한층 고조될 수밖에 없다.
부산을 방문한 이 대표에게 박 시장이 요청한 것은 선결 과제인 글로벌허브도시특별법과 산업은행 본점 부산 이전을 담은 개정 산은법의 조속한 국회 통과를 위한 민주당의 협조다. 두 법안은 부산을 경쟁력 있는 글로벌 허브도시로 육성하고 침체한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것으로 시민들의 숙원이기도 하다. 하지만 면담 후 기자회견을 가진 박 시장에 따르면, 어렵게 마련한 자리에서 두 현안 처리의 필요성을 자세히 설명하고 간곡히 요청했으나 이 대표는 일언반구도 없었다고 한다. 부산시에 대한 냉대이자 부산과 시민 전체를 무시한 행태가 아닐 수 없다. 지역 최대 염원을 저버리고도 향후 선거에서 표심을 호소하는 뻔뻔함을 보일지 두고 볼 일이다.
이 대표가 지역 여론이 더 나빠질 것을 우려한 민주당 부산시당과 같은 당 전재수(부산 북구갑) 3선 의원의 호소까지 묵살한 점은 시민들의 실망을 넘어 분노를 키우는 대목이다. 이 대표는 부산시당이 산은 부산 이전 등을 갈망하는 민심을 감안할 것을 당부한 호소문에도 아랑곳없이 빈 보따리로 부산을 찾은 게다. 어떤 건의가 있을지 뻔히 예상되는데도 침묵으로 대응한 이 대표의 방문과 면담 목적이 의아할 뿐이다. 더욱이 면담에서 지역 현안에 대해 보강 설명을 하려는 전 의원의 말을 막고 시간이 다 됐다며 일어섰다니 어이가 없다. 반면 개척 초기 단계여서 국가 차원에서 먼 미래를 보고 대처해야 할 북극항로가 부산에 시급함을 강조하는 데 모든 시간을 허비한 모습에선 말문이 막힌다.
이 대표가 부산 방문을 통해 보여준 납득할 수 없는 행보는 제1당 당수인 최고 정치 지도자의 책임 있는 자세가 아니다. 대통령 자리를 노리는 강력한 대권 주자라면 국가와 미래를 위해 지역균형발전에 앞장서는 것이 당연하다. 망국의 원인으로 꼽히는 수도권 일극체제에 대응할 부산 발전이 걸린 양대 현안을 계속 외면한다면 이 대표와 민주당은 부산에서 설자리가 사라질지 모른다. 국회의원 18석 중 민주당이 1석뿐인 부산을 포기할 게 아니라면 민심을 얻기 위해 생각을 바꿔 지역 현안 해결에 노력해야 할 것이다. 지금과 같은 상태로는 부산 표심은 기대하지 않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