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30주년 맞는 BIFF 내부 자정과 시스템 정비 시급하다
수장 공백에 몰카 사건까지 위기 상황
철저한 내부 점검과 리더십 회복 필요
올해는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30주년을 맞는 해다. 그동안 BIFF는 한국 영화산업의 중심으로 자리매김했으며 국제적으로 중요한 영화제로 성장했다. 부산의 도시 인지도를 높이는 데도 크게 기여했다. 아시아 영화제 중 후발 주자로 시작해 빠르게 세계적인 영화제로 성장하며 부산을 대표하는 문화 행사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2년째 이어지는 집행위원장 공백과 최근 발생한 직원 간 성관계 영상 불법 촬영 사건은 BIFF의 신뢰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 이러한 위기는 BIFF 내부의 심각한 문제를 드러내며 그동안 쌓아온 명성과 위상을 위협하고 있다. 30주년을 맞은 BIFF는 이제 미래를 향해 나아갈지 아니면 퇴보할지 중대한 기로에 선 셈이다.
2023년 5월 허문영 전 집행위원장의 사임 이후 시작된 영화제 수장의 공백 상태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부산일보〉 보도에 따르면 BIFF는 지난 3일 집행위원장 재공모 서류 접수를 마감하고 오는 10일 1차 합격자에 대한 면접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번 공모는 허 전 집행위원장 사임 이후 4번째다. 제30회 BIFF가 6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집행위원장 심사를 맡고 있는 BIFF 임원추천위원회와 사무국 간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서 현재 진행 중인 공모에서도 적격자를 찾지 못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대로 갈 경우, 오는 9월 예정된 영화제 역시 수장 공백 상태가 이어질 수 있다. 영화제의 리더십 부재는 행사 운영의 효율성뿐만 아니라 신뢰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BIFF는 그동안 세계적인 영화 축제라는 명성과 더불어 영화산업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조직위 내부에서 발생한 불법 촬영 사건은 그 명성에 큰 오점을 남기고 있다. 이는 단순히 개인의 범죄가 아니라 영화제라는 큰 조직 내에서 기본적인 직장 내 윤리와 인권 의식이 결여되어 있다는 점에서 더욱 우려스럽다. 지난 몇 년간 성 추문과 불법 촬영 사건 등이 이어지며 BIFF의 이미지와 신뢰도는 크게 추락했다. 그럴 때마다 BIFF 측은 조직 문화 개선을 다짐했지만, 실제로는 문제 해결에 나서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영화제의 신뢰 회복을 위해서라도 근본적인 변화와 개혁이 필요하다.
BIFF가 지속 가능한 영화제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단순히 외적인 행사 운영에 집중하는 것 만으로는 안 된다. 진정한 의미에서 세계적인 국제영화제로 자리매김하려면 신뢰할 수 있는 리더의 선출과 윤리적 기준 강화 등의 변화가 필요하다. 이른바 환골탈태가 요구된다. 그렇지 않으면 그동안 쌓아온 BIFF의 위상이 한순간 무너질 수도 있다. 서른 돌은 한 시대의 마무리이자, 새로운 30년을 준비하는 출발점이다. 이 시점에서 조직 내 문제를 해결할 기회를 가졌다고 생각하고 과거의 잘못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철저한 내부 점검과 자정, 시스템 정비가 요구된다. 이를 바탕으로 다시 BIFF의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