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대체거래소로 인한 부산 금융중심지 위기 돌파를
강병중 전 부산상공회의소 회장
국내 최초 대체거래소(ATS)가 지난 4일 문을 열면서 한국거래소(KRX)가 70년간 독점적 지위를 누려온 주식거래가 복수체제가 되고, 두 거래소가 경쟁체제에 돌입했다. 대체거래소의 거래 시간은 오전 8시~오후 8시로 한국거래소보다 5시간 30분이 더 길고, 수수료도 최고 40% 정도 낮아진다. 투자자들에게 더 많은 기회와 편의를 제공한다는 등의 장점도 있으나, 대체거래소로 인해 부산 금융중심지의 핵심기업인 한국거래소의 주식거래 비중 축소와 수익 감소가 불가피해졌다. 또 부산 금융중심지의 기반이 심각하게 위협받게 됐다.
그동안 필자를 비롯한 상공계 인사와 금융 관계자 및 전문가들은 부산에 본사를 둔 한국거래소 육성이 대체거래소 설립보다 더 시급하고 더 중요하기 때문에 대체거래소 설립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반대 입장을 오랫동안 견지해 왔다. 한국거래소를 육성해 자본시장 규모가 더 커진 이후에 대체거래소를 설립해도 늦지 않다는 주장이었다. 또 대체거래소 설립을 피할 수 없게 된 후에도 본사는 반드시 부산에 두어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대체거래소 허가제 도입 등을 내용으로 하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법’이 2013년 개정됐으나 실제 출범을 하기까지 10년 넘게 미뤄졌던 데에는 부산 지역사회의 이 같은 노력이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결국 서울에 본사를 둔 대체거래소가 문을 열었다. 이번에 개장한 국내 최초 대체거래소인 넥스트레이드(NXT)는 금융투자협회와 국내 28개 증권사들이 주축이 돼 설립했다. 그만큼 기반이 든든하다. 금융산업의 서울 쏠림 현상도 심화될 수밖에 없게 됐다.
한국거래소는 사실상 부산 금융중심지의 출발점이었던 선물거래소의 계보를 잇고 있다. 1999년 부산상의가 선물거래소를 부산에 유치한 뒤 선물거래소는 2005년 코스닥·코스피와 합쳐져 본사를 부산에 둔 한국거래소가 됐다. 이어 2009년에는 부산이 서울과 함께 금융중심지로 지정되면서 부산 문현지구는 특화(해양·파생상품) 금융중심지로 됐다.
선진국에는 거의 빠짐없이 글로벌 금융센터를 가진 도시가 두 곳 이상 있다. 일본에 도쿄와 오사카가 있고, 영국에는 런던과 에든버러, 스위스에 취리히와 제네바, UAE에는 두바이와 아부다비가 있다. 이들 나라에서는 복수의 국제금융도시를 통해 서로 경쟁력을 높이면서 금융의 분산과 국토균형발전을 함께 이뤄 나가고 있다.
부산이 서울과 함께 금융중심지로 지정됐으나, 금융 기능과 환경으로 볼 때는 엄청난 차이가 있기 때문에 똑같은 잣대로 재단해서는 안된다. 서울은 그냥 있어도 되지만, 부산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어야 한다.
돌이켜보면 부산 금융중심지는 “서울이 아니면 안된다”는 수도권 중심주의와 수없이 부딪치며 다투어온 격랑의 역사였다. 부산의 많은 관계 인사들과 기관 단체가 금융중심지 발전에 땀을 쏟고 힘을 보탰다. 숱한 시련을 이겨내고 금융중심지 기반을 하나씩 닦아온 부산은 이 같은 위기 상황을 맞아 어떤 풍파에도 흔들리지 않는 금융중심지를 만들겠다는 각오로 대책을 세워야 한다. 특히 정부의 예산 지원과 세제 혜택 등 보다 과감한 지원이 절실히 요구된다. 부산도 법적 제도적 장치 마련을 비롯한 실효성 있는 대책을 강력하게 요청해야 한다. 한국산업은행 이전을 비롯한 금융기관 추가 이전도 조속히 성사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