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의 눈] 펼칠 수 있어야 책이 팔린다
지난해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은 그야말로 놀라운 쾌거였다. 노벨문학상 수상 자체도 기쁘지만, 이를 계기로 한강 작가의 책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더 나아가 나라 전체의 독서 열기도 고조되고 있어 다행스럽다.
그간 다른 선진국에 비해 우리나라 국민의 독서율은 부끄러울 정도로 낮았는데, 서점과 도서관을 찾는 사람이 늘어나고 문자와 글 전반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그런데 며칠 전 책을 사려고 부산 시내에서 가장 큰 서점 한 곳을 들렀다가 아쉬운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최근 출간된 서적 일부와 주간지, 월간지 상당수가 방문객들이 아예 펴 보지도 못하게 겉장을 포장해 테이프로 막아 버린 것이다. 이들 책 옆에는 많은 사람들의 손길이 닿아 책의 훼손이 우려되므로 미개봉한다고 안내가 되어 있었지만 마음은 썩 내키지 않았다.
서점 입장에서는 판매용으로 나온 서적들이 여러 고객의 손을 거치면서 지저분해고 구겨지고 약간은 닳아 없어질 수도 있어 우려가 높을 것이다. 그렇지만 한 권 정도는 내용을 펼쳐 살펴볼 수 있도록 해야지, 구매로 이어질 수 있지 않을까. 내용도 전혀 보지 못하고 어떻게 책을 선뜻 살 수 있단 말인가.
오히려 소규모 서점들은 방문객들이 비치된 책을 마음대로 살펴보고 고를 수 있도록 선택권을 주고 있는데, 내노라 하는 대형서점에서 이토록 야박하게 신간 책을 비닐로 포장하고 테이프로 막아놓다니 해도 너무하지 않는가.
모든 책이 판매를 전제로 비치되어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깨끗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지만, 그래도 고객이 흥미가 가는 책을 직접 펼쳐보고 내용을 파악하도록 한 뒤 구입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도형·부산시 동래구 명륜2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