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트럼프발 경기침체 덮치는데 여야 정쟁 매몰될 땐가
미국 관세정책에 자국 경제 악화 우려
우리 수출 위기 예상돼 경제 잘 챙겨야
자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정책 강행에 경제가 침체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면서 뉴욕 증시가 폭락해 세계 증시에 악영향을 미쳤다. 경기침체를 뜻하는 ‘리세션’(Recession)의 앞 글자를 딴 ‘R의 공포’가 미국 경제는 물론 세계를 덮친 것이다. 미국 증시의 대충격에 우리나라 주식시장을 포함한 아시아 주요 증시도 일제히 하락세를 나타냈다. 미국의 경기침체가 이어진다면, 저성장 기조 속에서 수출로 힘겹게 버티고 있는 한국 경제는 엄청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상황이 이런데도 여야는 위기감이나 적절한 대응 방안 마련을 위한 노력도 없이 정쟁에 몰두하고 있으니 여간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뉴욕 증시는 10일(현지시간) 나스닥·다우존스 지수 등 3대 지수가 각각 2~4%나 급락하며 이른바 ‘블랙먼데이’(검은 월요일)를 재연했다. 애플·엔비디아 등 미국을 대표하는 기술주들이 동반 급락하면서 7개 대형 기술주의 시가총액만 하루에 1000조 원 넘게 증발했다. 최근 2년여 동안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여온 미 증시의 폭락 사태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전쟁에 따른 경기침체 우려가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비관적인 전망 탓에 트럼프 2기 행정부 실세인 일론 머스크의 테슬라 주가마저 무려 15.4% 폭락했을 정도다. 11일 코스피·코스닥 시장이 급락세로 출발해 각각 1.28%, 0.6% 하락하며 약세를 보인 이유다.
한국 경제가 미국의 경기침체를 경계해야 하는 까닭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닐 수 있다는 점에 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정책으로) 부(富)를 미국으로 다시 가져오는 큰일은 시간이 조금 걸린다”며 침체의 장기화 가능성을 언급한 데서 확인된다. 미국 월가에서도 관세 전선 확대를 이유로 올해 미 성장률 전망치를 2%대에서 1%대로 낮춘 분석이 잇따른다. 철강·자동차·반도체 등 주력 수출품의 관세 폭탄 피해가 예상되는 한국으로선 미 경기침체는 엎친 데 덮친 격이다. 한국 경제가 올해 가뜩이나 1%대 저성장이 우려되는 가운데 미 경제 악화로 수출에 더 큰 어려움이 생길 경우 1%대 성장도 장담할 수 없는 처지가 된다.
직면한 경제 위기 속에서 국가적으로 경각심을 갖고 하루빨리 효과적인 해결책을 찾아 기민하게 대처해야 마땅하다. 시의적절한 대응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 정국으로 국정 공백을 빚는 상황에선 더욱더 절실하다. 그런데도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탄핵의 유·불리를 따지며 정파적 이익을 우선시한 정쟁에 치중하고 있다. 지난 10일 힘들게 성사된 여야 국정협의회는 현안들에 대한 이견만 드러낸 채 30분 만에 빈손 상태로 결렬돼 국민을 한숨짓게 만든다. 여야는 현실화한 국내외 대형 악재를 강 건너 불구경할 때가 아니다. 국가 이익과 경제·민생 안정만은 초당적으로 협력할 일이다. 온 국민의 간절한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