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읽기] 내게 한국인 할아버지가 있다니!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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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지가 만난 세계/ 에리카 피셔

<수지가 만난 세계> 표지. 산지니 제공 <수지가 만난 세계> 표지. 산지니 제공

1970년 오스트리아에서 태어나고 자란 수지 왕은 어느 날 자신이 한국인 독립운동가의 손녀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할머니에게도, 아버지에게도 듣지 못한 이야기였다. 오스트리아 빈 시청에서 근무하고 있던 수지는 우연히 만난 한국인 여성들을 통해 자기 할아버지가 누구이며, 그가 한국 민족을 위해 어떤 일을 했는지 알게 된다.

수지의 할아버지는 일제강점기 프랑스에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외교 특파원으로 활동한 독립운동가 서영해였다. 그는 프랑스에서 조선의 독립을 알리는 외교 특사이자 뛰어난 언론인, 소설가였다.

서영해는 프랑스 파리에서 오스트리아 출신 유학생 엘리자베스 브라우어를 만나 2년이 채 안 되는 결혼 생활을 했다. 그와 엘리자베스 사이에서 스테판이라는 아들이 생겼지만, 서영해와 그의 고국 가족들조차 스테판의 존재를 몰랐다. 스테판 역시 평생 그의 친아버지가 누구인지 몰랐고, 어머니가 재혼한 중국인 의사 성을 따라 스테판 왕이 되었다. 사실 스테판이나 수지는 생물학적으로 중국인 혈통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

수지의 아버지, 스테판의 세 번째 배우자가 이 책의 저자인 에리카 피셔의 사촌이다. 베스트셀러 자가이자 여성운동가인 저자는 수지와 의기투합해 서영해의 흔적을 쫓기 시작한다. 서영해의 고향인 부산을 비롯해 서울, 중국 상하이, 프랑스 파리, 평양까지 남아있는 자료를 통해 20세기 격동하는 세계사를 만날 수 있었다.

책은 서영해와 엘리자베스 브라우어가 만났던 1930년대 파리에서 시작해 서영해, 엘리자베스, 스테판의 삶을 조명하고 2019년 한국에서 열린 서영해 전시를 돌아보고 독립운동가 후손으로 공식 인정받는 수지의 모습으로 마무리된다. 수지는 할아버지의 유지를 이어받아 현재 그의 독립운동을 알리고 있으며, 동생 스테파니의 딸이자 서영해의 증손녀인 프리다가 할아버지의 소원이었던 남과 북이 하나 되는 완전한 독립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에리카 피셔 지음/윤선영·배신수 옮김/산지니/304쪽/2만 2000원.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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