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여야 소득대체율 43% 합의… 연금개혁 매듭지어야
큰 틀부터 입법화 이견 점차 좁혀가야
미래 세대 부담 덜어 국민 통합 계기로
여야가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현행 40%에서 43%로 조정하는 안에 잠정 합의했다. 2007년 이후 18년 만에 ‘더 내고 더 받는’ 것을 골자로 하는 국민연금 모수개혁이 이뤄질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여야는 그동안 보험료율을 13%로 올리는 데 합의하고도 소득대체율에 대해 국민의힘 43%, 민주당 44%를 각각 주장하며 평행선을 달렸다. 팽팽히 맞서던 여야가 이견을 좁히면서 빠르면 20일 국회 본회의에서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처리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여야가 접점을 찾은 것은 반가운 일이다. 그렇지만 지난해 5월에도 연금개혁 막판 합의에 실패한 전력이 있다. 여야는 이번에 반드시 종지부를 찍겠다는 각오로 논의에 나서야 한다.
여야 연금개혁 합의에 가장 큰 걸림돌은 국민연금 재정 적자가 예상될 때 자동으로 받는 돈을 줄이는 ‘자동조정장치’ 도입과 기초연금·퇴직연금을 포함한 연금구조개혁 문제다. 여당은 국회 연금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자동조정장치를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야당은 이 부분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다. 연금특별위원회 구성 과정에서도 ‘여야 합의 처리’를 명문화할지를 놓고 양당 의견이 엇갈린다. 더욱이 민주당은 소득대체율을 양보했지만 국가 지급 보장 명문화, 출산 및 군복무 크레디트 확대, 저소득층 보험료 지원 확대를 조건으로 제시했다. 실무 협의는 때론 험로를 걸을 것이다. 하지만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부터 조정한 뒤 이견이 있는 부분은 시간을 두고 논의해도 될 일이다.
국민연금 제도는 이미 시한부 판정을 받았다. 현행 제도를 유지하면 2041년부터 기금이 적자로 전환되고 2055년에는 기금이 소진된다. 소득대체율 40%를 위한 수지균형보험료율은 19.8%인데 9%의 보험료만 걷기 때문이다. 보험료율은 3%에서 시작했지만 1993년 6%, 1998년 9%로 오른 뒤 27년간 제자리걸음이다. 현재 하루 885억 원, 한 달 2조 7000억 원, 연간 32조 원의 적자가 누적되고 있다. 이번에 여야가 완전한 합의에 이르면 국민연금 기금 소진 예상 시점은 2064년으로 9년 더 늘어난다. 이제 시간이 없다. 협상 테이블을 뒤엎는 일은 없어야 한다.
현재 상황은 녹록지 않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뒤 여야 극한 대치에 휘말려 연금개혁 잠정 합의가 표류할 여지도 있다. 하지만 국민연금은 현재 세대뿐만 아니라 미래 세대를 위한 것이다. 미래 세대에게 천문학적인 부채를 떠넘기는 것은 막아야 한다. 여야는 연금개혁이 세대 갈등을 줄여 국민 통합의 길을 터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이번 연금개혁 논의는 ‘첫 단추’에 불과하다. 연금 제도는 더 많은 손질이 필요하다. 여야는 연금 제도 정상화를 위해 향후 상시적 협의에 나서야 한다. 이번 개혁은 국가 미래를 가늠할 시금석이기도 하다. 여야의 책임 있는 자세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