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의 눈] 언젠가 대피로가 될 비상구
소리 없이 찾아온 봄처럼, 일상 속 안전을 위협하는 화마는 예고 없이 찾아온다. 화재와 같은 큰 사고는 발생을 예측할 수도 없을 뿐더러 맞닥뜨리면 크게 당황해 위급한 순간 현명하게 대처하기도 힘들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의 생명을 지켜주는 마지막 탈출구인 비상구의 중요성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소방서에서 민원 담당자로 근무하면서 비상구 앞을 적치물로 막아 두어 대피로를 찾기 어려워졌다는 신고를 받는 사례가 적지 않다. 소규모 화재 상황을 직접 겪은 신고자도 있고, 일상 속에서 종종 적치물로 가로막힌 비상구를 보게 된다는 신고자도 있다.
인과응보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처음에는 사소할지라도 부주의가 반복되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데다 긴박한 사고 상황 속에서 해결책을 찾을 수 없게 된다. 편의를 이유로 무심코 쌓아둔 물건들로 인해 화재 발생 시 비상구를 찾기 어려워지면, 단 몇 초의 차이가 우리의 생사를 가를 수 있다.
이러한 위험을 사전에 막고 안전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15년 전부터 ‘비상구 폐쇄 등 불법행위 신고포상제’가 도입됐다. 이 제도는 비상구 관리 의무 위반행위를 신고한 시민에게 포상금을 지급함으로써 자율적인 감시와 안전의식을 높이기 위한 취지로 마련됐다. 그러나 최근에는 신고포상제의 참여율이 저조해지고 있는데다 제도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비상구 불법행위 신고는 단순히 포상금을 받기 위한 수단이 아닌 위급한 순간 나와 우리 가족의 대피로를 확보하기 위한 예방적 행위임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우리집 비상구를 막지 않는 것’부터 실천하는 시민의식이 널리 확산되어, 신고포상제 시행 여부와 관계 없이 모두가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갈 수 있길 바란다.
김영은·부산 중구 중앙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