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산교육감 선거운동 돌입… 이념 대결장 전락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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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들 '보수 대 진보' 강조 정치 색채 부각
정책 제시로 유권자 비교·평가할 수 있어야

부산시교육청 전경. 부산일보DB 부산시교육청 전경. 부산일보DB

4·2 부산교육감 재선거가 오늘부터 공식 선거운동에 돌입했다. 그러나 교육정책 논의는 뒷전으로 밀리고 이념 대결로 흐르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교육감 선거는 정당 선거가 아니라 학생과 학부모, 교사들의 교육환경을 개선할 정책을 두고 경쟁하는 자리다. 하지만 후보들은 ‘보수 대 진보’라는 프레임을 강조하며 이념이나 정치적 색깔을 부각하는 선거 전략을 펼치고 있다. 교육정책이 아닌 정치적 구호로 가득한 선거전은 결국 부산 교육의 미래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교육감 선거가 이념에 휘둘리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과 학부모, 교사, 나아가 부산 교육 전체가 떠안게 된다.

보수 진영에서는 강성 보수 성향의 인사들이 선거에 개입하고 있다. 세이브코리아와 보수 유튜버들이 정승윤 후보를 지원하며 ‘부산시 다음 세대를 위한 기도회’가 정 후보 캠프와 연계되기도 했다. 정 후보도 “보수 결집”을 강조하며 교육감 선거를 진영 대결 구도로 부각하고 있다. 진보 성향의 김석준 후보도 민주당 행사에 참석해 지지를 호소하며 정치적 색깔을 강조하고 있다. 김 후보는 “극우에게 우리 아이를 맡길 수 없다”며 정치적 선명성을 내세운다. 양측이 서로를 ‘극우’와 ‘좌파’로 몰아붙이며 정쟁을 벌이는 모습은 교육감 선거 본질을 훼손하는 행위라 할 수 있다. 향후 중도보수 진영 후보 단일화로 교육감 선거는 더더욱 이념 대결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 심히 우려되는 상황이다.

후보들이 이념 대결에 집중하는 사이, 유권자들은 부산 교육의 미래에 대해 고민할 기회를 잃고 있다. 정작 유권자들이 알고 싶어하는 공교육 혁신, 학력 저하 해결 등 핵심 현안에 대한 논의는 부족하다. 더 큰 문제는 이념 대결이 격화될수록 유권자들의 피로감은 커지고, 이는 투표율 저하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이미 교육감 선거는 낮은 투표율로 대표성을 확보하기 어려울 정도다. 2024년 서울교육감, 2023년 울산교육감 보궐선거에서 투표율이 모두 20%대에 그친 바 있다. 이번 부산교육감 선거 투표율이 20%를 넘기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그런 이유다. 이념을 앞세운 선거가 반복된다면 부산 교육의 미래는 더 어두워질 것이다.

최근 보수 단일화 여론조사에서 절반 이상의 응답자가 ‘지지 후보가 없다’거나 ‘모른다’고 답한 것은 이번 선거에 대한 유권자들의 무관심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는 선거가 교육보다는 정치 논리에 매몰됐기 때문이다. 지금이라도 후보들은 이념 공세를 멈추고 교육 정책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하며, 유권자들이 이를 비교·평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번 선거는 부산 교육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한 선거다. 누가 더 보수적인가 혹은 더 진보적인가를 가리는 자리가 아니라 ‘누가 부산 교육을 더 발전시킬 수 있는가’를 판단하는 자리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유권자도 이념이나 정치적 구호에 휘둘리지 말고 후보의 정책을 꼼꼼히 따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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