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총리 탄핵, 이 대표 항소심에 윤 탄핵까지?… 정국 뒤흔들 ‘슈퍼 위크’
헌재 24일 한 총리 탄핵심판 선고에 26일 이재명 대표 항소심
늦어지는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28일 이뤄질 가능성
세 사건 내용적·정치적으로 엮여 여야 유불리 계산 복잡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 선고가 예상 밖으로 늦어지면서 정치권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예상되는 다음 주는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심판 선고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항소심 선고까지 겹치는 ‘슈퍼 사법위크’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 하나하나가 정국 분수령이 될 중대사안이라는 점에서 재판의 순서, 결과에 따른 여야의 유불리 계산도 복잡해지는 분위기다.
헌재가 20일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기일 지정이 이번 주 내 없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예상 선고일은 내주로 미뤄지게 됐다. 대신 헌재가 한 총리 탄핵심판 선고기일을 24일로 지정했고, 이 대표의 선거법 항소심 선고는 오는 26일로 예정돼 있다. 여기에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는 예전 관례에 비춰 예상해보면 금요일인 오는 28일을 유력하게 보는 분위기다. 한 총리 탄핵심판과 윤 대통령 탄핵심판은 소추 사유에서 내용적으로 연관된 부분이 적지 않고, 이 대표 항소심과 윤 대통령 탄핵심판은 ‘조기 대선’ 가능성과 관련해 정치적으로 긴밀히 연결돼 있다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각 사건의 선고 결과에 나머지 두 사건을 바라보는 시각과 해석이 요동칠 가능성이 높다.
앞서 민주당 등 야권은 지난해 12월 27일 한 총리가 윤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를 방조하고 헌법재판관 임명을 거부했다는 이유 등을 들어 탄핵안을 의결했다. 한 총리의 탄핵심판에도 비상계엄의 불법성을 다투는 내용이 담겨있다는 점에서 윤 대통령 탄핵심판의 결론을 일부 유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헌재가 비상계엄에 위헌·위법성이 있다고 인정하면 윤 대통령 사건에서도 같은 판단이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한 총리의 경우 비상계엄 선포·유지·해제 과정에 얼마나 관여했는지, 잘못이 있더라도 중대한 수준인지, 다른 탄핵소추 사유에 관한 판단에 따라 두 선고의 최종 결론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그럼에도 한 총리 탄핵심판 결과가 인용이냐, 기각이냐에 따라 윤 대통령 사건 선고를 둘러싼 여야의 여론전을 한층 고조될 전망이다.
1심에서 피선거권 박탈형에 해당하는 ‘징역 1년·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이 대표의 항소심 선고는 한 총리 탄핵심판 선고 이틀 뒤에 잡혀있다. 헌재가 이 대표의 2심 선고 일정을 윤 대통령 탄핵심판에 고려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지만, 여론이 초집중하는 두 사건 선고를 같은 날 하기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게 정치권의 시각이다. 이 때문에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는 내주 후반인 28일이 점점 유력해지는 분위기다. 이 경우 이 대표의 항소심 결과는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와 연계해 해석될 소지가 크다.
한 야권 인사는 “만약 이 대표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이 피선거권 박탈형이 나오고, 이어 윤 대통령 탄핵심판이 ‘인용’된다면 이 대표 사건의 파장이 축소될 수 있다”며 “이 대표에게 다소 유리한 결과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이 대표 항소심이 1심과 같은 상황에서 윤 대통령 탄핵안이 기각되거나, 반대로 이 대표 항소심이 1심보다 가벼워지고, 윤 대통령 파면이 확정될 경우 불리한 결과를 받아든 진영의 극한 반발 등으로 엄청난 소요가 일어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이런 이유로 재판부 내부 기류와는 관계 없이 여러 정치적 시나리오들이 떠돌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17∼19일 만 18세 이상 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국지표조사(NBS)(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P))에서 헌재의 탄핵 심판 결과 수용 여부를 물은 결과 ‘내 생각과 달라도 수용하겠다’는 응답은 55%, ‘내 생각과 다르면 수용하지 않겠다’는 응답은 42%로, 임박한 헌재 선고를 둘러싼 양 진영의 첨예한 대립이 이어지고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한 총리 탄핵심판, 이 대표 항소심, 윤 대통령 탄핵심판 등 개별 사건 결과에 따라 엄청난 정치적 파장이 일어날 것”이라면서 “정국 운명을 가늠할 한 주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