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특별건축구역 지역 건축가 참여, 부산 건축 성장 기회다
부산시, 세계적 건축가와 협업 의무화
역량 강화 글로벌 도약 계기로 삼아야
부산시는 비수도권 광역자치단체 최초로 특별건축구역 활성화 시범사업을 추진, 공모 신청한 5곳 가운데 삼익비치 재건축, 남포동 하버타운, 영도 콜렉티브 힐스 등 3곳을 지난해 말 시범사업 대상지로 선정했다. 대상지는 용적률과 건폐율, 높이 제한 등에 다양한 특례 혜택을 받는다. 선정된 곳은 모두 세계적인 명성을 가진 건축가가 설계를 맡았다. 국내 건축가와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방식이었지만 부산 지역 건축가로 제한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지역의 상징물이 될 건축물을 건립하면서 지역 건축가를 참여시키지 않은 것은 두고 뒷말이 무성했다. 시가 이 부분에 대한 보완책을 마련했다. 뒤늦은 감은 있으나 무척 다행스러운 결정이다.
시는 올해 특별건축구역 활성화 사업을 추진하면서 지역 건축가와의 협업을 의무화할 계획이라고 최근 밝혔다. 지역 건축사무소가 컨소시엄에 반드시 참여해야 사업이 추진될 수 있도록 조율한다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건축가도 지역 건축가와 협업을 해야만 부산 특별건축구역 사업에 뛰어들 수 있다는 의미다. 시는 이런 협업을 통해 지역 업계의 내실을 다지고 위상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시의 이번 결정으로 부산이라는 지역 특색을 제대로 살린 설계 결과물이 도출될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더욱이 세계적 건축가의 명성에만 기댄다는 우려를 불식시키는 동시에 부산 건축이 도약할 기회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지난해 선정된 대상지 설계를 두고 세계적인 건축가들의 작품이지만 기존의 건축물과 크게 차별화하지 못했다는 등의 지적이 이어졌다. 창의적이라는 점은 인정하지만 부산의 정체성을 충분히 담지 못했다는 것이 지적의 골자였다. 짧은 기간 동안 부산이라는 도시의 맥락을 파악해 설계에 반영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도시의 현재 가치와 미래 가치, 그 속에 뿌리박은 시민 삶을 용해해 내지 못한 건축물은 되레 도시 경관을 훼손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부산 건축가들에게 부여된 사명은 가볍지 않다. 세계적 건축가들과의 협업을 통해 시민들에게 진정한 랜드마크를 선물하길 소망한다.
시의 결정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지역 건축가 참여를 너무 강조할 경우 세계적이면서도 혁신적인 건축물을 구현하는 것이 어려워질 수 있다. 그렇다고 세계적 건축가들의 창조적 미학에만 의존하면 부산의 색깔을 담기 어렵기 때문이다. 더욱이 지역 건축가들이 세계적 건축가들과 협업을 수행할 수 있는 역량을 충분히 갖췄는지에 대한 회의적 시각도 존재한다. 핵심은 글로벌 건축 미학과 지역성의 균형이다. 그동안 부산은 시정 책임자가 바뀔 때마다 ‘부산다운 세계적 건축’을 강조했으나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지역 건축의 한계성이라는 지적도 많다. 시의 이번 조치가 부산 건축을 세계적 수준으로 성장시키는 촉매제가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