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전마산선 개통 지연 무슨 일] “또 무너진다” vs “원안대로”… 해법 못 찾고 ‘오리무중’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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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락공원~사상역 1km 구간
설계도상 피난터널 2곳 설치
사업자 “연약지반… 대안 필요”
국토부 “지반 조사 보고 검토”
전문가 의견도 엇갈려 ‘복잡’
불어난 사업비 소송전도 걸림돌

부전마산복선전철 사업이 2020년 피난터널 공사 때 발생한 붕괴 사고 복구 지연과 추가 피난터널 설치를 둘러싼 갈등으로 지연되고 있다. 부전마산복선전철 공사 현장. 정종회 기자 jjh@ 부전마산복선전철 사업이 2020년 피난터널 공사 때 발생한 붕괴 사고 복구 지연과 추가 피난터널 설치를 둘러싼 갈등으로 지연되고 있다. 부전마산복선전철 공사 현장. 정종회 기자 jjh@

부전마산복선전철 공사 지연의 핵심은 피난터널 조성이다. 2020년 피난터널 공사 중 지반이 붕괴돼 아직도 복구공사가 진행 중이다. 이 때문에 사업자는 다른 구간의 피난터널 조성을 두고 설계변경을 요구하고 있다. 피난터널 설치에 대해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터널 추가 시공 vs 대피 문 설치

사업자인 스마트레일이 지난달부터 지반 조사를 진행하는 지역은 사상구 삼락생태공원부터 사상역까지 약 1km 구간이다. 해당 구간에는 설계도상 피난터널 2곳이 들어서야 한다.

하지만 사업자는 2곳의 피난터널 조성이 사실상 어렵다고 주장한다. 이곳 일대가 지하수와 가스 등이 들어찬 연약지반이라는 것이다. 설계 당시와 달리 연약지반인 점이 확인된 만큼 다른 대안이 현실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이 사업자 측의 입장이다. 사업자 측은 피난터널 대신 화재 시 열차 진입을 막는 시설물과 격벽형 피난 대피 안전문 설치를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스마트레일 관계자는 “부산서부버스터미널 인근 공사 현장은 도심에 위치해 붕괴 사고로 지반 침하가 발생하면 대형 인명·재산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며 “대형 사고 한 번에 자칫 부전마산복선전철 전체 사업이 좌초될 수 있는 셈”이라고 주장했다.

국토부는 지반 조사 결과를 본 뒤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안전상 원안대로 피난터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었기에 사업자 측이 제시한 대안에 대해 받아들일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토교통부 철도투자개발과 관계자는 “지반 조사 결과에 대해 여러 전문가가 모아 종합적으로 검토할 것”이라며 “아직 피난터널 조성에 대해 명확한 방향성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사고 위험 큰 공법 vs 안전상 필요

일반적으로 본선 공사 후 피난터널을 만드는 데, 건설 전문가들은 이미 연약지반에 상선과 하선 터널이 완공된 상태에서 새롭게 이 둘을 잇는 피난터널을 만드는 것이 상당히 어려운 공법이라는 데 입을 모은다. 관을 통해 땅에 콘크리트를 투입해 지반을 강화해야 하는데, 해당 공정으로 압력이 발생해 기존 터널 구조물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2020년 붕괴 사고도 이같은 이유로 발생했다고 건설업계는 보고 있다.

한 지반 공학 전문가는 “구조물이 들어오기 전에 해당 지반을 단단하게 만드는 시공이 이뤄져야 하는데, 지금은 해당 시공을 하기에 시기가 늦은 감이 있다”며 “피난터널을 만들려면 공기가 상당히 늘어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소방 전문가는 완공 후 기차 운행 과정에서 안전성 확보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경민대 소방방재학과 이용재 교수는 “피난터널은 일종의 비상 탈출구”라며 “시공 단계에서 적절한 안전 시설물을 배치하는 것은 중요하다”고 밝혔다.

■개통까지는 첩첩산중

사업자가 제시한 대안이 수용된다면, 이르면 내년 부전마산복선전철의 운행이 가능하다. 20일 기준 전체 구간 공정률은 98%로, 공사가 까다로운 피난터널만 아니면 7~8개월 시운전을 거쳐 별다른 이상이 없으면 내년에 개통할 수 있을 것으로 사업자는 주장한다. 하지만 원안대로 피난터널을 조성할 경우 개통 시기는 또다시 오리무중에 빠지게 된다. 지반을 강화하는 작업과 굴착 등 상당한 시일이 요구돼 내년 개통은 물론 완공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사업자와 국토교통부가 벌이고 있는 소송전도 개통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2009년 민간투자 대상 사업으로 지정된 부전마산복선전철은 전체 사업비 1조 5766억 원으로 2014년 6월 착공했다. 그러나 2020년 사고 이후 공사가 사실상 표류하면서 당초보다 공사비가 9000억 원 이상 증가했다고 사업자는 추정한다. 붕괴 사고 복구 공사비와 더불어 자연 이자 발생분으로 전체 사업비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는 것이다.

사업자 측은 이달 ‘공사 중 재해 등 불가항력 사유가 발생하면 주무 관청이 발생 비용의 80%를 보상한다’는 협약 내용에 따라 투자비 증가분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늘어난 공사비 일부를 보전해 달라는 것이다. 향후 수천억 원대 소송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공사 중 발생한 붕괴 사고는 사업자의 귀책 사유로, 어쩔 수 없는 사고였다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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