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진영 대리전 양상 부산교육감 선거 정책은 안 보인다
진보·보수 대립 격화 편승해 이념 공방
유권자 무관심 우려, 정책 대결 펼쳐야
4·2 부산교육감 재선거를 앞두고 지난 24일 부산 부산진구의 한 인쇄소에서 부산시선거관리위원회 직원 등이 인쇄된 투표용지를 확인하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내달 2일 전국 21개 선거구에서 실시될 재·보궐선거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4·2 재·보선이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과 조기 대선 여부와 맞물려 민심을 가늠할 수 있는 바로미터로 인식되면서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승리를 위해 총력전을 펼칠 태세다. 이런 까닭에 이번 선거의 대표격으로 가장 큰 규모로 치러지는 부산시교육감 재선거는 이미 진보·보수 진영 간 대결 구도 속에 진행돼 지역 교육의 발전을 위한 구체적 정책은 보이지 않아 문제가 심각하다. 양 진영의 대리전 양상을 띤 선거는 유권자들의 무관심과 저조한 투표율로 이어져 당선자의 대표성을 떨어트린다는 점에서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지역사회에서는 부산교육감 재선 초기부터 각 후보들이 진영 대결이 아닌 교육 정책으로 선거전을 펼치기를 바라는 여론이 높았다. 정당 공천이 없는 데다 통상적으로 선거운동 과정에서 정치색을 드러내지 않는 게 시도 교육감 선거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부산 교육계는 급감하는 학령인구 대책, 수도권과의 교육격차 완화, 공교육 정상화 등 현안 해결에 필요한 실효성 있는 새 정책이 절실해서다. 반면 교육감 후보 3명의 공약을 살펴보면, 교권 보호나 교육격차 해소 등 막연하거나 기존 정책을 재탕한 수준에 그친다. 묘수가 없으며 사업비 추계, 재원 확보, 이행 방안, 실행 시기 같은 구체성도 부족하다는 지적이 여전하다.
교육 정책을 앞세운 선거가 사라진 것은 양 진영이 자기 측 후보 단일화 경쟁과 이념 공방에 급급한 결과다. 헌재의 윤 대통령 탄핵 결정이 늦어져 보수와 진보 대립이 격화하자 양 진영은 지지세 결집과 득표에 유리한 후보 단일화에 주력하며 후보 간 비방과 세력 다툼, 정치적 계산에 치중한 게다. 중도·보수를 표방한 진영은 지금까지도 단일화를 이루지 못한 채 진통을 겪고 있다. 후보들이 정치 세력화에 몰두하는 바람에 진보·보수 간 진영 경쟁, 이념 대결만 부각되고 있을 뿐이다. 지역 교육 현안을 해결할 참신한 대책을 깊이 있게 고민해 발굴하지 못하고, 교육 혁신을 위한 계획과 발전적인 비전을 내세운 정책 대결과 진지한 토론도 없는 이유다.
이런 상태라면 여야 정치권이 재·보선의 승패를 가르는 상징성이 큰 부산교육감 선거의 압승을 위해 직·간접적으로 개입해 더욱 정치화할 공산이 크다. 벌써부터 “교육 이슈는 실종되고 색깔만 남는다”는 우려가 쏟아질 정도다. 남은 일주일만이라도 교육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선거의 정치화를 접고 정책 대결에 노력하는 게 옳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유권자들의 혐오와 무관심을 확산시켜 지난해 서울교육감 재선(투표율 23.5%), 2023년 울산교육감 보선(26.8%)보다 낮은 투표율로 교육감 선거 무용론만 키울 수 있다. 한 해 5조 원이 넘는 예산과 부산 교육을 책임진 교육감 후보들의 인식 전환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