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형화 추세 봄철 산불 대응 시스템 재정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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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체계론 동시다발 상황 대처 못 해
진화 방식 개선·인프라 확충 서둘러야

경북 의성군 산불 발생 나흘째인 25일 의성군 단촌면 하화1리에 산불 불씨로 인한 화재가 발생한 가운데 소방대원이 불을 끄고 있다. 연합뉴스 경북 의성군 산불 발생 나흘째인 25일 의성군 단촌면 하화1리에 산불 불씨로 인한 화재가 발생한 가운데 소방대원이 불을 끄고 있다. 연합뉴스

초대형 산불이 영남을 휩쓸고 있다. 경남 산청·하동, 경북 의성·안동, 울산 울주 등에서 대형 산불이 동시다발로 발생했다. 지난 21일 시작된 산청과 하동 산불은 5일째인 25일 오후에도 완진되지 않고 있다. 많은 인력이 현장에 투입돼 진화 작업을 이어가고 있지만 거세지는 바람 등 악조건 때문에 산불 기세를 꺾지 못하고 있다. 이 과정에 창녕군 산불진화대원과 공무원 등 4명이 숨지고, 부상자가 속출했다. 주택과 공장, 종교시설 등이 무더기로 피해를 입었고 이재민도 다수다. 건조한 산림에 강풍까지 몰아치면서 한쪽의 불길을 잡으면 다른 쪽으로 다시 번져가는 형국이다. 그동안 발생했던 산불과는 전혀 다른 양상이다.

이번 산불은 명백한 인재다. 기후변화에 따른 불가피한 재난이라고 변명해서는 안 된다. 산불 발생과 진화 과정에서 많은 문제점이 드러났다. 우선 이번 산불은 모두 입산객 등의 부주의 때문에 시작됐다. 산불 우려가 높은 날씨가 이어졌지만 예방을 위한 감시 시스템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진화 방식과 체계도 낙제점 수준이다. 경남 진화대원들의 상당수는 10시간가량 교육만 받은 채 투입됐다. 지급된 방화복도 소방대원들이 사용하는 특수 방화복에 비해 불꽃이나 고온의 복사열에 취약하다. 불길에 고립됐을 때 필요한 방염텐트 지급도 의무화되지 않았다. 등짐물통과 접이식 괭이 등의 장비를 지급하지만 이번과 같은 산불 상황에서는 사실상 무용지물이다.

지휘 계통도 손봐야 한다. 지난 24일 경남 산청에 투입된 진화 헬기 32대 가운데 6대가 경북 의성으로 이동했다. 경남도지사가 “산청부터 불을 완전히 잡아야지, 헬기를 빼면 어떡합니까?”라고 산림청장에 항의하는 일이 발생했다. 산림청장은 의성군 상황이 급하다는 입장이었다. ‘헬기 공방’은 현재 산불 지휘 계통의 한계를 보여준다. 여러 광역지자체에서 동시에 발생한 산불 상황에 대비할 수 있는 체계적 지휘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가장 적확한 방식으로 헬기와 진화 인력을 배치하고, 국민을 안전하게 대피시킬 수 있어야 한다. 주먹구구식이어서는 안 된다. 섣부른 판단은 대형 인명 피해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인명 피해 원인도 철저하게 규명해야 한다. 고용노동부는 이번 산불로 4명이 숨진 것과 관련해 창녕군의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 조사에 착수했다. 산불 진화 작업을 지휘한 경남도가 안전조치 의무 등 법령을 위반했는지도 면밀히 살펴야 할 일이다. 특히 초기 진화에 급급해 현장에 인력을 무리하게 투입했을 가능성 등을 따져야 한다. 경찰도 업무상과실치사 여부를 수사해야 마땅하다. 이번 산불 피해는 너무도 뼈아프다. 재발 방지를 위해 산불 대응 시스템의 혁신적 개선이 필요하다. 기후변화에 대응하지 못하는 낙후된 방재 체계를 손질하고, 소방 인프라 확충도 서둘러야 한다. 이번 산불 재난으로 발생한 구조적 문제에 대한 전면적 개선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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