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 집착에 부실한 진화 역량… ‘화마’ 자초했다
일주일째 ‘활활’ 전국 산불 역대 최고 피해
전문 인력 500여 명에 헬기 50대뿐 ‘부족’
산불 불쏘시개 된 소나무 생육 정책도 한몫
“인력·장비 확대하고 활엽수로 환경 바꿔야”
전국을 할퀸 경북 초대형 산불을 두고 국내 식생 환경과 산림청의 부족한 진화 역량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번 산불을 계기로 관련 인력과 장비를 강화하고 그간의 산림 정책도 대대적으로 손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27일 산림청 등에 따르면 지난 21일부터 전국에 산발적으로 대형 산불이 발생해 일주일째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날 오전 기준 산불로 인해 26명이 사망했으며, 중상자 8명과 경상자 22명 등 총 55명이 사상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산림 피해는 3만 6900ha로 추정되고 있다.
이는 산불 피해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1987년 이후 역대 가장 큰 규모다. 아직도 불길이 잡히지 않아 피해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산불은 기상 요인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최근 건조한 날씨가 지속되며 초속 20m 안팎의 강풍까지 더해진 탓이다. 이는 자연적인 현상이라 인위적으로 제어하긴 어렵다. 발화 원인도 대부분 실화로 파악돼 입산 자체를 금지하지 않는 이상 산불을 원천 차단하기는 힘들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산불 예방에 한계가 있는만큼 대형화 방지에 대응 초점을 둬야 한다고 말한다. 주무관청인 산림청이 현재 운용 중인 예방 정책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다시 말해 인력과 장비 강화로 초기 진화 쪽에 무게를 두고, 산불이 확산하더라도 피해를 최대한 줄일 수 있는 수종으로 대체해야 한다는 것이다.
산림청은 군 특수부대 출신 등으로 꾸린 공중진화대 103명과 특수진화대 435명을 산불 현장에서 운용하고 있다.
나머지 산불진화대원 1만여 명은 각 지자체에서 채용한 인력이다. 대부분 60대 이상의 고령에 상대적으로 전문성도 부족하다.
산불 진화의 핵심 장비라 할 수 있는 헬기 수도 태부족이다.
산림청 소유 헬기는 고작 50대에 불과하다. 일반적으로 대형 산불 현장 1곳에 30대 이상의 헬기가 동원되는 점을 고려하면 턱없이 모자란다. 그렇다보니 상황에 따라 소방, 군, 지자체 등에서 헬기를 임차하는 땜질 형식으로 대응 중이다.
한국산불학회 고기연 회장은 “산불 진화 전문 인력을 더 많이 채용하거나 일반 진화대원의 능력을 특수진화대 수준으로 올리는 체력 검증·훈련 등이 필요하다”면서 “헬기가 부족하면 무인기 등으로 대체할 수 있는데, 현재 산림청 무인기는 소화약재를 7.5kg 정도밖에 싣지 못해 성능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소나무 등 침엽수 비중이 높은 국내 산림 형태도 산불에 취약한 만큼 국가적으로 수종 전환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소나무는 국내 산림 면적 중 약 25%를 차지하고 있으며 단일 수종 중 가장 넓게 분포돼 있다. 산림청의 숲가꾸기 사업 영향이다. 경제림을 표방하며 물을 머금어 상대적으로 내화 능력이 높은 활엽수를 베어내 왔다.
그러나 침엽수는 불이 붙으면 화염이 위로 솟구치는 특성이 있다. 여기에 바람이 더해지면 불똥이 날아가 사방으로 번지는 ‘비산화’를 일으킨다.
게다가 유분이 20% 이상이 포함된 송진까지 갖고 있어 활엽수에 비해 2.4배 더 오래 타고 1.4배 더 뜨겁게 타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번 경북 산불이 걷잡을 수 없는 속도로 번져나간 주요한 원인 중 하나로 높은 침엽수 비중이 꼽히는 이유다.
부경대 홍석환 조경학과 교수는 “산불 대부분이 실화로 발생하고 있는데 이런 실화를 어떻게 예방만으로 막을 수가 있겠느냐”며 “산림청은 실수가 일어났을 때 피해가 커지지 않도록 하는 게 업무인데 반대로 숲가꾸기 사업으로 활엽수를 잘라내 산불이 쉽게 번질 수밖에 없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대한 기자 kd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