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기의 미술 미학 이야기] 아폴론적 예술에 대하여
예술 작품은 아름다운 이상적 세계를 보여주어야 하는가? 아니면 현실 세계의 고통을 드러내 보여주어야 하는가? 니체를 통해 이 문제에 접근해보자.
니체는 〈비극의 탄생〉에서 ‘아폴론적인 것’과 ‘디오니소스적인 것’의 대립을 설명한다. 아폴론적인 것은 태양의 신 아폴론이 의미하는 것처럼 이성적이고 합리적이며 논리적인 인식 원리를 가리킨다. 반면 디오니소스적인 것은 술의 신 디오니소스가 의미하는 바와 같이 비합리적, 비이성적, 비논리적 충동을 가리킨다. (디오니소스적인 것에 대해서는 다음 편에서 설명하기로 한다.)
예술적 발현의 측면에서 본다면, 아폴론적 예술은 형식적이고 조화로운 아름다움을 추구하며, 개별적인 형상, 균형, 명료성, 절제, 조화를 강조하며, 현실을 이상적인 형태로 표현한다.
대표적인 사례는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건축물, 특히 그리스의 파르테논 신전과 로마의 판테온을 들 수 있다. 또 감정을 배제하고 침착한 비례와 균형미를 강조한 피디아스의 그리스 조각, 감정적 격정을 드러내기보다 정제된 아름다움을 추구한 고전주의 음악도 있다.
여기서는 라파엘로의 ‘아테네 학당’을 중심으로 접근해 보자. ‘아테네 학당’은 전형적인 아폴론적 예술의 사례로 간주할 수 있다. 그림에서 구현되고 있는 것은 첫째, 인간 중심의 질서 정연한 공간으로 구심 원근법, 아치형 구조, 비례감 있는 인체 묘사 등 르네상스적 ‘이성의 공간’이다. 이는 세계를 이성과 합리성으로 포착하는 르네상스의 휴머니즘을 시각화하고 있다.
둘째,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를 중심으로 하는 위계 구조와 역사적 인물들의 이상화이다. 이 두 인물은 르네상스가 되살려내려 하는 이성주의의 양대 기둥이다. 또한 고대 철학자들을 동시대 인물과 병치시켜 놓으면서 현실과 이상, 과거와 현재를 합쳐 르네상스적 이데아를 구현하고 있다.
다른 한편 ‘아테네 학당’은 로고스 중심주의 관점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작품이기도 하다. 여기서는 감성, 무질서, 여성성, 타자성은 철저히 배제되고 있다. 자크 데리다가 말하듯이 서구의 오랜 이성주의 역사는 이성 중심주의, 백인 중심주의, 서구 중심주의, 남성 중심주의다.
또한 푸코의 관점에서 보자면, 이 그림은 이성과 합리성이 관철되는 지식의 전당이지만, 순수한 사상의 공간을 넘어 특정한 권력 체계 아래 구성된 지식의 질서 체계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이 이성주의적 관점 아래, 모든 비이성적인 것, 유색인종, 비서구, 여성 등이 억압되고 배제되어 왔다.
푸코가 이 그림에 대해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그의 관점에서 보자면 이 그림은 보편 진리의 전당이 아니라, 르네상스 시대 교황 권력이 용인하는 지식 체계의 시각화라 할 만하다.
미술평론가·철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