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서 온 벌레, 고랭지배추 갉아먹는다… 농진청 “의무적 방제” 요청
외래유입 씨스트선충, 공적방제 대상
훈증성 약제 소독 때 밀도 80% 감소
공적 방제로 배추 1.4만t 추가 생산
씨스트선충에 감염된 배추(오른쪽)와 정상배추. 농촌진흥청 제공
지난해 여름 고랭지 배추가 폭염으로 농사가 잘 안되면서 배추가격이 폭등했다.
그런데 그 이유 중 하나가 외래 유입 해충 ‘씨스트선충’에도 있었다. 뿌리에 기생하는 이 벌레가 배추를 자라지 못하게 해 배추생산을 줄인 것이다.
이에 정부가 올해는 고랭지 배추 316개 농가에 의무적으로 토양소독 등 공적 방제를 하도록 했다.
농촌진흥청은 “강원도 고랭지 배추밭에 토착한 ‘씨스트선충’을 잡아 여름철 배추 공급을 안정적으로 지원할 방침”이라고 9일 밝혔다.
배추는 서늘한 기후에서 잘 자라는 작물이다. 이 때문에 7~10월에 출하되는 여름배추는 해발고도 600m가 넘는 고랭지에서 주로 재배한다.
그런데 최근엔 폭염으로 고랭지에서도 배추농사가 쉽지 않다. 특히 2010년대부터 씨스트선충이라는 벌레가 확산하면서 생육이 저하되고 배춧속이 차지 않아 상품성 있는 여름배추 생산이 더 어려워졌다.
씨스트선충 중 ‘사탕무씨스트선충’이 2011년 강원도 태백에서 먼저 발생한 뒤, 2017년 정선에서 ‘클로버씨스트선충’이 추가로 확인되면서 국내에는 2종이 유입된 것으로 파악됐다.
씨스트선충은 국가가 관리하는 검역 병해충으로 공적 방제 대상이다.
국립농업과학원이 씨스트선충 밀도가 높았던 강원도 배추 농가를 대상으로 점검한 결과, 토양을 훈증성 약제로 소독하면 씨스트선충 밀도는 약 80% 감소했다.
또 다른 방법으로 백겨자, 기름무와 같은 풋거름작물을 재배하고 토양과 함께 갈아엎으면 선충 밀도가 53% 낮아졌다.
이에 따라 토양소독과 풋거름작물 재배를 올해부터 의무화해 휴경 없이 배추를 재배할 수 있게 할 계획이다. 또 약제, 종자 대금, 방제기구 사용료 등 방제비(24억 원)를 지원할 계획이다.
농촌진흥청은 “공적 방제 대상 농가는 반드시 방제 의무를 이행해야 하며, 안하면 식물방역법에 따라 1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지난해 씨스트선충이 발생한 강원 5개 시군(태백 삼척 정선 영월 강릉) 배추 재배지와 주변 농가를 대상으로 밀도 조사를 진행했다. 이를 토대로 2025년 공적 방제가 필요한 316개 농가(551.3ha)를 선정했다.
올해 공적 방제 대상 재배지에서 씨스트선충 방제를 완료하면, 약 1만 4000t의 여름배추 추가 생산이 예측된다.
권재한 농촌진흥청장은 “농촌진흥청은 고랭지 토양 병해충 문제 해소, 배추 정식·수확 작업 기계화 확산을 통해 여름철 배추 수급 안정을 뒷받침할 계획이며, 생산 여건이 좋은 준고랭지에 여름배추 재배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