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았기에 아쉬운 열정, 영화감독 신나리를 기억하며…
사람과 세상 향한 따뜻한 시선으로
부산 기반 열정적인 다큐 작품 활동
백혈병 맞서다 지난달 짧은 생 마감
19일 영화의전당에서 '추모의 밤'
‘그 자리, 천국 장의사, 9월, 녹, 붉은 곡, 달과 포크, 불타는 초상, 엄마의 워킹, 뼈.’ 한국영화데이터베이스(KMDb)에 등재돼 있는 신나리 감독의 연출작 필모그래피다. 2014년 부산독립영화협회와 영화의전당이 시행한 강좌 수강을 계기로 영화제작에 뛰어들었던 신 감독은 지금 세상에 없다. 백혈병에 맞서 싸우던 그가 지난달 3일 47세라는 짧은 생을 마감했기 때문이다.
부산을 기반으로 활동한 신 감독은 장소와 사람, 시간을 깊이 있게 탐구하는 열정적 작업을 통해 부산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독립영화, 특히 다큐 영화계에 뚜렷한 발자국을 남긴 것으로 평가된다. 그를 기리고 기억하는 자리가 마련되는 건 아주 자연스러운 움직임이다.
‘영화감독 신나리 추모의 밤’은 부산독립영화협회와 영화의전당, 동의대학교 영화·트랜스미디어연구소가 뜻을 모아 마련했다. 신 감독의 작품세계와 인간적 면모를 두루 만나게 될 자리로, 토요일인 19일 오후 7시 영화의전당 시네마테크에서 열린다. 대표작 ‘천국 장의사’(2017)와 ‘달과 포크’(2020), ‘미조’(2024)를 함께 감상하고 얘기를 나누는 자리이다.
신나리 감독의 '천국 장의사' 스틸컷. 영화의전당 제공
신나리 감독의 '달과 포크' 스틸컷. 영화의전당 제공
신나리 감독의 '미조' 스틸컷. 영화의전당 제공
‘천국 장의사’는 재개발로 건물이 철거되는 지역에 간판을 내건 장의사를 모티브로 찍은 23분짜리 다큐. 신 감독은 생전 한 인터뷰에서 장의사 할아버지를 섭외하기 위해 꽤 오랜 설득과 기다림이 있었는데, 어느 순간 마음의 문이 열리면서 진심과 끈질김이라면 (이 일을)계속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직물 공예 작가의 삶을 들여다본 ‘달과 포크’는 신 감독의 차분한 시선과 일상을 파고든 심미안이 돋보인다는 평(전주국제영화제)을 듣는 작품이다. 지난해 제26회 부산독립영화제에 소개된 ‘미조’는 신 감독의 유작으로, 섬을 지키고 오가는 사람들을 통해 장소와 공동체를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을 느낄 수 있다.
신나리 감독은 첫 번째 장편 다큐 ‘녹’(2018)으로 제20회 부산독립영화제 심사위원특별상을, 시니어 모델을 꿈꾸는 평범한 중년 여성을 등장시킨 ‘엄마의 워킹’(2022)으로 제2회 금천패션영화제 심사위원특별상을 받았다.
19일 오후 7시 영화의전당 시네마테크에서 열리는 '영화감독 신나리 추모의 밤' 포스터. 영화의전당 제공
부산독립영화협회 관계자는 “신나리 감독은 주변의 작은 것들로부터 일제강점기 역사까지 사회와 세상에 대한 애정과 관심을 놓지 않은 연출가였다”며 “고인을 기억하고 재평가하는 게 남은 동료들의 몫인 것 같다”고 말했다.
영화 상영 후엔 동의대 김이석(영화·트랜스미디어연구소장) 교수 사회로 김영조 감독, 김동백·이진승 프로듀스가 신 감독과의 협업 경험과 그의 작품세계에 대해 대화를 나눌 예정이다. 행사는 무료로 진행된다.
김희돈 기자 happyi@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