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현장 노동자들 “급식실 환기·폭염 문제 방치 말라”
15일 오전 11시 부산시교육청 정문 앞에서 부산교육공무직노조가 기자회견을 열고 학교 현장 근로 환경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이상배 기자 sangbae@
산업재해 근로자의 날을 앞두고 부산 학교 현장에서 일하는 조리실무사와 미화원들이 열악한 근무환경 개선을 요구하고 나섰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부산지부(이하 노조)는 15일 오전 11시 부산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리실무사·미화원 등 학교 현장 노동자들의 건강권 보장을 촉구했다.
노조는 △학교급식실 폐암 문제 해결 △교육공무직 전 직종에 산업안전보건법 적용 △폭염 대응 체계 구축 등을 주요 요구 사항으로 제시했다. 특히 조리종사자에 대한 폐CT 정기검진 제도화와 직종별 산재 통계 집계, 폭염 시 근무시간 조정과 보호장비 지급 등을 구체적인 과제로 제안했다.
김미경 지부장은 “170명 가까운 학교 급식실 종사자가 폐암 산재 판정을 받았지만 현장은 여전히 조리흄과 수증기, 고열에 방치돼 있다”며 “교육청이 산안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교육공무직을 외면한 결과”라고 주장했다.
현장에서 직접 조리실무사로 일하고 있는 A 씨는 “최근 19년 넘게 일한 동료가 폐암 확진을 받았다. 그는 하루 2000명 넘는 식수를 책임지며 매주 수차례 튀김, 볶음 요리를 반복해왔다”며 “나 역시 체감온도 40도를 넘는 급식실에서 하루 7~8시간 기름 연기와 뜨거운 수증기 속에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리흄은 기름을 이용한 조리를 할 때 발생하는 미세입자로, 폐암 발병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학교 미화노동자 B 씨는 “여름이면 화장실을 청소하다 숨이 막히고 현기증이 날 정도지만, 쉴 공간조차 없다”며 “교직원 휴게실은 있지만, 땀에 젖은 몸으로 들어가긴 눈치가 보이고 샤워 시설도 없어 늘 불편을 감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시교육청이 폭염 대책이 있다고 하지만, 현장에선 전혀 체감되지 않는다. 당장 올여름부터는 실질적인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시교육청은 학교 환경 개선을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급식실 환기설비는 전체 371개 학교 가운데 지난해까지 172곳의 공사를 마쳤고, 나머지 205곳도 올해 안에 완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급식실의 고온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가스식 조리기구를 전기식으로 교체하고 있으며, 전기 용량이 부족한 학교에는 증설 공사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환경미화원의 휴게 공간과 관련해서는 “학교별 신청을 받아 예산을 지원하고 있으며, 점진적으로 설치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