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윤 배신’ 사람인가”, 한 “민주주의자 맞나”…탄핵 책임 두고 정면충돌
김문수·한동훈, 김문수·안철수 23일 ‘맞수토론’
김, 한에 ‘배신자’ 등 인신공격 불사하며 맹비난
한도 김 ‘전과’ 거론하는 등 진흙탕 공방도 벌어져
안 ‘윤 탄핵 사과’ 거론에 김 “윤 정부 실패 탄핵 때문”
24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 채널A 오픈스튜디오에서 국민의힘 대선 2차 경선 진출자인 김문수(왼쪽), 한동훈 후보가 토론을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2차 경선에 진출한 김문수·한동훈·안철수 후보가 2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과 탄핵 책임론 등을 놓고 거친 공방을 벌였다. ‘4강’ 경선에 진출한 세 후보는 이날 김·한 후보, 안·김 후보 간 ‘일대일 맞수토론’을 벌였는데, 김 후보는 윤 전 대통령 탄핵의 책임을 두 후보에게 돌렸고, 한·안 후보도 강하게 반박하면서 날선 신경전이 빚어졌다.
김 후보는 한 후보와의 주도권 토론에서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후배를 법무부 장관도 시켜주고, 비상대책위원장도 시켜주고 했는데 대통령을 탄핵해버렸다”면서 “배신자라는 시선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라고 직격했다. 이어 “대통령이 계엄을 하고, 탄핵을 당하고, 파면되는 이 모든 과정에서 첫 번째 책임을 물으라면 한 후보의 책임이 제일 크다”고 말했다.
한 후보는 김건희 여사·명태균 의혹 등을 거론하며 “대통령이 잘못 나가는 길이 있을 때 아부하고 아첨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바로잡으려고 노력했다. 그걸 배신이라고 부르나”라며 “함께 나서지 않았던 많은 정치인에게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 중에 한 분이 김 후보일 수도 있다”고 역공했다. 이어 “오랫동안 서로 인간적인 연을 이어오고 했는데 왜 고민이 없었겠느냐”면서 “국민에게 충성하고 국민만 바라봐야 한다. 계엄은 아버지가 와도 막아야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후보는 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형님을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려 한 일을 거론하며 “한 후보도 대통령을 탄핵하고 내란이라고 단정하는 것이야말로 이재명과 다를 게 뭐 있느냐”고 주장했다. 한 후보는 “정말 큰 비약을 한다”고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심지어 김 후보는 “대통령과 이렇게 하는 걸 보니까 ‘저 사람은 사람이냐’(는 생각이 든다)”고까지 인신공격성 발언을 이어갔고, 한 후보는 “실망스럽다. 민주주의자 맞느냐”라고 맞받았다.
김 후보는 부유한 집에서 엘리트 길을 밟아온 한 후보의 배경도 공격했다. 그는 “타워팰리스라든지 좋은 데서 잘 나가시는 분인데 똑같은 공직을 했더라도 저는 원래 집안이 다 없기 때문에 저나 아이들이나 다 가난하게 살고 있다”고 했고, 이에 한 후보는 “7년 정도 (수감 생활) 하셨는데 그 이후에 수십 년 동안은 기득권 아니었나. 정치권에 들어오신 다음부터 승승장구하신 분은 김 후보”라고 맞받았다.
한 후보는 전광훈 목사와의 관계 등을 들며 김 후보의 강성 보수 이미지를 부각했다. 김 후보는 “저는 자유통일당과 관계가 없다. 전 목사가 대선에 출마하는 것도 소통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으나, 한 후보는 “올해 2월에 전 목사를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한 목사’라고 칭찬하시지 않았느냐”고 꼬집었다. 한 후보는 또 “김 후보가 오히려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확정된 전과 숫자보다 전과 숫자가 더 많다”며 “그 중 두 건은 전 목사와 관련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후보는 이날 대법원에서 2020년 당시 집합금지명령을 어기고 사랑제일교회 대면 예배에 참석한 것에 대해 벌금형을 확정 받았다.
뒤이어 열린 두 번째 토론에서는 안 후보가 김 후보에게 “국민 앞에서 먼저 진심으로 솔직하게 사과해야지 탄핵의 강을 넘고 이기는 길로 갈 수 있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윤 대통령이 탄핵돼 버렸기 때문에 윤석열 정부는 실패한 것처럼 비춰지고, 다음 정권이 (민주당에) 넘어갈 아주 위태로운 상태”라며 “그 모든 원인이 안 후보가 국회의원으로서 자기 당의 소속 윤 대통령을 탄핵했기 때문에 빚어진 것”이라고 당내 ‘찬탄파’ 인사들을 거듭 겨냥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대선에 출마할 경우, 후보 단일화 문제에 대해서는 세 사람의 입장차가 미묘하게 갈렸다. 김 후보는 “한덕수든 김덕수든 누구든 합쳐서 이겨야 한다”고 적극 찬성했고, 한 후보는 “이기기 위해선 힘을 합쳐야 한다”면서도 “보수를 대표하는 정당에서 경선 과정에서 미리 앞장서서 단일화를 얘기하는 건 도움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안 후보는 “한 대행이 3개월 간 집중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며 반대 입장을 보였으나, 토론 직후 “부득이 출마하신다면 빅텐트는 누구에게나 열려있다”고 정정했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